사랑하는 아들아
점심 식사를 하고 교정을 따라 걷고 있다. 어린 시절 네가 자주 왔던 학교 교문 입구에서 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직선으로 곧게 뻗은 길 생각나지? 너는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학교에 오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언제나 "아빠, 학교 안 가?"라고 했다. 일과가 끝난 후 혹은 토요일 오후에 너와 함께 오가다 만난 선생님들이 너를 알아보고 건네는 한마디를 너는 매우 유쾌해했다. 언제나 책 몇 권을 챙겨서 가방에 넣고 오가는 선생님의 칭찬을 환한 얼굴로 받으며 아빠 옆자리에 떡하니 앉아서 몇 시간이고 책 읽기를 즐겼다.
그 교정을 떠난 지가 벌써 10년이 넘어서 다시 돌아와 이 자리에 왔구나. 지금도 동료 선생님들은 "똑똑이는 잘 있나?", "넓은 이마에 눈이 반짝반짝했는데 잘 지내나" 하며 네 안부를 묻는다. 마지막으로 아빠 학교를 방문했을 때가 네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수위실 입구에 큰 벚꽃은 아쉽게도 베어졌다. 봄날 연분홍 꽃잎이 봄비처럼 쏟아져 내릴 때 탄성을 지르며 꽃잎을 잡으려 하던 네 모습이 그래서 더 생각난다. 운동장 쪽의 마로니에는 이제 큰 그늘을 드리우는 아름드리나무가 되었다.
교정에 봄볕이 제법 따뜻하게 쏟아져 내리는 오후다. 4미터 정도의 폭에 30여 미터 직선으로 이어지는 진입로 양쪽에는 오래된 화단이 있고 아래는 넓은 축구장이 그대로 있다. 작은 정원이지만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수종의 나무와 꽃들이 제법 울창하게 어우러져 자라고 있다. 살구나무로부터 시작해서 산수유, 겹벚꽃, 모과, 대추, 앵두, 목련이 열병식을 하듯 빼곡하게 심겨있다. 고등학교 입구쯤에는 제법 큰 목련이 몇 그루가 하얀 목련을 활짝 피웠다. 목련꽃이 신호탄을 알리면 연이어 교정은 온통 봄소식을 알린다. 산수유의 노란 꽃망울이 폭죽처럼 터지기 시작하고, 복숭아꽃, 살구꽃의 핑크빛 꽃잎과 벚꽃의 연분홍 꽃잎이 봄소식을 다투어 알리고 있다. 춥고 긴 겨울이 가고 마침내 봄이 왔구나.
다음 주에는 네가 다니던 대학에서 진학부장 회의 초청을 받았다. 서울에서 너희 대학을 많이 보낸 몇 개 고등학교 진학 담당자를 초청해서 진학 설명회를 할 예정이다.
지난겨울에 방문했을 때에는 학교 진입로와 주차장, 건물 공사로 엉망이더구나. 3월에 새내기들을 받을 준비를 위해 부지런해 준비했다고 했으니 지금은 정비가 됐겠지? 추측컨대 공사의 규모가 커서 여전히 공사중일 것도 같다. 아마도 우리 아들이 제대할 때쯤이면 학교가 깨끗하게 정비될 것 같다. 공사의 주목적이 학교 진입로부터 차량을 지하로 가도록 해서 교문에서 교정으로 이어지는 보행로에 차가 없는 길을 만드는 것이라 했다.
교문에서 곧게 쭉 뻗어서 시야가 탁 트인 멋진 진입로가 너희 학교의 상징인데 옛 모습을 되찾겠지? 아빠도 다녔던 이 학교를 너의 입학식 때 엄마와 함께 들어섰을 때는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서 더 정이 가는 학교다.
사랑하는 아들아 날씨가 하두 변덕스러워 사방이 감기 환자다. 훈련이 끝나는 날까지 몸관리 잘하거라. 요즘 감기가 제법 독하단다. 군대에서 가장 서러울 때가 몸은 아픈데 하소연할 때도 없고,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것이다. 이제 내무반 동기들과는 상당히 친해졌겠구나. 서로 어느 정도 친해지고 또 같은 부대로 배속 됐으면 하는 동기도 생겼을 수 있겠다.
아빠도 대전에서 6주 기본 군사 교육 후 훈련소에서 친한 동기와 같은 부대에 배속되기를 바랐다. 고맙게도 같은 나이의 동기 두 명이 수원 비행단에 배속돼서 함께 특기 교육을 3개월 받았다. 그 이후에 자대 배치는 더 중요했다. 당시 공군은 32개월 복무였으니 약 27개월을 복무할 장소가 정해지는 것이었다. 3개월 뒤 동기 2명이 그대로 부산 김해 비행장에 배속됐다. 부대도 병과도 같아서 같은 부대에 배속됐고 나머지 군생활을 이들과 함께 서로 의지하며 즐겁게 군생활을 할 수 있었다. 감사한 일이었다.
우리 아들에게도 그런 동기가 있으면 좋겠구나. "시간이 이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으니~~"하는 김광석의 노래처럼 이제 훈련병의 시간이 거의 끝나가는구나. 엄마는 우리 아들에게 가져갈 음식과 목록을 식탁 위에 하나씩 쌓아 놓고 체크하고 있다. 엄마의 빈틈없는 준비 정신 잘 알지?
지난번에 이어서 빌게이츠의 추천 도서 목록이야 읽고 싶은 책을 말해줘. 자대 배치되면 가져다줄게. 간략하게 소개할게.
4. Making the Modern World(바츨라프 스밀 저)
빌게이츠는 "역사가 바츨라프 스밀 은 살아있는 작가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의 책을 모두 읽었다." 게이츠는 스밀 은 이같이 평가했다
5. How Asia Works, (조 스터드웰 )
경제 저널리스트인 조 스터드웰은 개발경제학(development economics) 측면에서 두 가지 커다란 질문에 복잡한 대답을 내놨다. '어떻게 일본, 대만, 한국, 중국은 지속적이고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는가?', '왜 이처럼 경제성장을 해낼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3가지 답을 제시했다. 첫째, 소작농들이 번영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둘째, 농업으로 얻은 이익을 공장을 짓는 데 사용했다. 이로 인해 수출용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 셋째, 정부는 금융기관과 함께 농업분야를 육성했다.
6. '새빨간 거짓말, 통계'(How to lie with Statistics), (대럴 허프 저)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투자자들에게 좋은 책'으로 추천해 이 책을 접했다. 게이츠는 이 책이 1954년에 처음 출간됐으나 전혀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게이츠는 "어떻게 시각물이 과장된 트렌드와 왜곡된 비교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 시기에 딱 적절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요즘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수많은 그래픽 등이 떠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를 추천했다.
만날 날을 고대하며 안녕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