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편지(2부) 29

by 순례자

사랑하는 아들아

아빠가 감기가 심하게 걸렸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에 약간 통증이 느껴지고 목소리가 안 나왔다. 아침을 먹고 나서 스트렙신을 먹고 출근했다. 학교에서도 아픈 목을 다독이며 따뜻한 물과 차를 마시고 수업을 했다. 목은 약간 더 불편해졌고 두통도 있어서 양호실에서 감기약을 먹고 한숨 잤다. 양호실에서 쉬거나 자는 일은 이제껏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병원을 갈까도 생각했지만 목이 약한 아빠가 학기초면 으레 겪는 일이라 조금 아프다 낫겠지 생각했다.

퇴근했다. 약간 열에 들뜬 아빠를 보고 엄마는 감기 기운이 있다고 병원에 가자고 했다. 밥을 먹고 종합 감기약을 먹고 한숨 자면 나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잠을 청했다.

"하나님, 이틀 뒤면 우리 아들을 만나러 가야 합니다. 저녁 8시가 넘었으니 병원도 갈 수 없습니다. 하나님 꼭 낫게 해주셔야 합니다. “

하나님께 기도하며 잠을 청했다. 얼마를 잤는지, 혼곤하게 곯아떨어졌나 보다.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엄마 말에 의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불덩어리였다고 한다. 평생 처음 본 아빠 모습이라고도 했다. 아빠를 깨워서 해열제를 먹였는데 다행히 곧 열이 떨어졌고 다시 잠이 들었다. 자다가 해열제를 먹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열에 들떠 있으면서 머릿속에는 너를 만날 것만 걱정이 되었다.


‘우리 아들이 엄마 아빠를 간절히 기다릴 텐데, 난생처음 이렇게 열이 심한 것을 보니 심상치 않은데, 더 심해지면 수료식은 어떻게 하지?


"하나님! 훈련기간을 하나님과 함께하며 하나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자기 일생을 준비한 사랑하는 아들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수료식 자리에 제가 가지 않으면 아들이 얼마나 실망하겠습니까?, 아프더라도 그 후에나 아프게 하시고 이 열을 내리게 하시고 감기도 낫게 해 주십시오. “

하고 간절히 기도하다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아침 햇살이 환하게 밝았다. 새소리도 들렸다.열은 떨어졌고 엄마를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도 잘 나왔다. 아침에 병원에 들렀다가 출근하겠다고 학교에 메시지를 남겼는데 병원에 안 가도 될 것 같았다. 목도 몸도 마음도 모두 가볍게 느껴졌다.


”여보! 신기하지! 정말 거짓말처럼 다 나았어!, 목도 별로 아프지 않고 열도 다 떨어졌어. “

아들아 얼마나 우스운 일이냐. 어젯밤에는 열에 들떠서 아들을 만나러 가야 하니 이 열병에서 건져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더니, 깨끗이 낫고서 하는 말이, "신기하게 다 나았네?" 하는 꼴을 보시고 하나님이 얼마나 어이없으셨을까? ” “이놈 고쳐놓았더니 딴말하네” 하시겠지?


하나님은 참 섬세하고 좋으신 우리 아버지시란다. 오늘도 그 사실을 고백할 수 있어서 더욱 기쁘구나.


오늘 저녁에 수요예배가 있었다. 고신대학교 안민 총장님이 설교를 했다. ’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자 ‘는 주제였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을 하고, 가나안에 들어가서 400년을 인내해서 하나님의 축복을 성취했는데 그 축복이 오래가지 못하고 멸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지적했다.


그들이 땅과 부의 유산을 자손들에게 물려주었지만, 믿음의 유산은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조상과 할아버지, 아버지들이 만난 하나님을 그들의 자녀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어떤 복을 베푸셨고, 고난과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피할 길을 주셨으며 출애굽 뒤에 400년 동안 그들의 의복이 해지지 않았고, 먹지 못해 죽은 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을 그들의 자녀에게 가르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이방신을 만들고 멸망과 타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결국 이방민족들에 의해 멸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광야를 400년 동안 인도하신 하나님의 권능을 우리 자녀들에게 가르쳐서 광야 같은 이 세상에서 믿음을 지켜야 형통할 수 있다는 진리를 잊지 않도록 예배의 자리에 자녀를 데리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가족끼리 하나님이 어떤 은혜를 베푸셨는지 서로 감사하며 은혜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아들아 기억나니? 안민 교수님은 10여년 전에 홍콩 00교회에 방문해서 설교했던 바로 그분이다. 네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예배 시간에 맨 앞에 앉아서 열심히 설교를 듣던 어린 너를 대견해 한 목사님은


“이름이 뭐니? 멋지게 커서 나중에 나를 찾아와라. 내가 10여 년 전에 홍콩 00교회에서 맨 앞자리에 앉아 목사님의 설교를 열심히 듣던 바로 그 학생입니다.”


라고 말해달라고 했던 그분이란다. 예배 후에 잠시 인사를 나눴단다. 물론 네 얘기도 했다. 멋지게 잘 성장했고, 지금 군복무 중이라고 했다.

아들아, 우린 안민 목사님의 말씀대로 홍콩00교회에서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며 살았잖니? 그 시간은 우리 가족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아, 네가 하나님 안에서 귀하고 아름다운 그릇으로 쓰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

너를 만날 날이 이틀 남았다.

사랑한다 아들아.

잘 자거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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