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이민부 (Immigration Department) 산하의 조사과 (Investigation Division)에 두 번째 출석을 했다. 지난 2월 13에 홍콩에 입국한 후로부터 취업비자 없이 5개월간 학생들을 가르친 것은 홍콩 이민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의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여섯 시간이나 걸린 지난 1차 때의 힘겨운 시간이 다시 떠올라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 첫 번째 출석 때와는 달리 조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게다가 이번에는 한국어 통역 봉사자가 동행하기로 했다. 출입구에서 신분증을 내고 명찰을 받고 있는데
"0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 통역을 도울 000이라고 합니다."
하며 검은 뿔테 안경을 낀 50대 중반은 돼 보이는 남자가 어깨를 움츠리며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학교 행정실의 실수로 취업비자를 누락했고 결과적으로 취업비자 없이 일을 한 것이 되었군요. 일이 묘하게 꼬였습니다. 이 사람들이 이 상황을 잘 이해해줘야 할 텐대요."
"이렇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긴 시간 조사를 받았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들었습니다. 또한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도 얘기 들었습니다. '구속-벌금-추방'이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다시 홍콩에 입국할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아무 장식이 없는 회색빛의 조사국의 긴 복도를 지나갔다. 각 방에서는 불법 취업 문제로 조사를 받으며 곤욕을 치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난번과 같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1차 때 조사했던 두 사람이 예절을 갖추고 인사했다. 책상 위에는 지난번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 담긴 서류 묶음이 놓여 있었다. 이전처럼 그들은 커피를 시켜주었고 커피를 마시며 날씨 이야기 등을 몇 마디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에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번에 조사했던 내용 중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라며 다시 묻고 또 노트에 질문과 나의 답변을 적기 시작했다.
조사에서 그들은 내가 취업 비자 없이 노동을 했다는 부분을 다시 환기시켰다. 또한 행정실에서 실수를 했더라도 그 사실을 5개월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그런 무지가 면책의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도 했다. 주로 지난번에 언급된 이야기의 핵심을 다시 지적하고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통역을 담당하는 남자는 조서를 번갈아 읽으며 굳이 통역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상황에 대한 전체 시나리오를 복기해서 영어로 쓴 후에 재학생 중에 원어민에 가까운 학생의 도움을 받아 계속 연습을 해왔다.
그렇게 6시간의 조사를 모두 끝냈다. 다시 밖에 어둠이 찾아왔다. 조사관들 운 이제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으며 학교 행정실의 과실로 이 사건이 종결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자신들이 조사 평가대로 내부 결재가 되면 2주 내에 서면 혹은 문자로 결과를 알려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고의적인 불법 취업이나 무지로 인한 행위로 간주될 경우 약식 재판을 할 것이라 했다. 재판으로 갈 경우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구속- 벌금- 추방'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주의 시간 동안 숨죽이며 기다리거나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담담히 기도했다. 행정실정의 계산법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 낸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의 심기를 건드려서 곤욕을 치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연해졌다. 조사를 받으러 가는 날 두 차례나 수업을 오전에 몰아서 하고 오가다 행정실장을 만났다.
"0 선생님 조사 조심해서 잘 받고 오세요. 하참~. 고생이 많으십니다."
라고 멋쩍은 표정을 지을 뿐 진지하게 다가와 상황을 묻거나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 재단에서도 처음과는 달리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K교장만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상황이 단순 실수로 문제없이 종결되기 바란다고 걱정을 했다.
결국 혼자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1시간가량 떨어진 이민국 조사국을 오갔다. '추방'이라는 비극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하진 않았다. 이곳 홍콩에 오게 된 하나님의 드라마틱한 손길을 경험했는데 그 끝이 수개월 만에 '추방'으로 끝말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다. 가족에게도 이 상황을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노력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아내에게 걱정거리를 짐 지워 주고 싶지 않았다.
약 일주 뒤에 이민국으로부터 등기가 왔다. 나는 잠시 크게 한숨을 쉬고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었다.
"취업비자 없이 5개월간 경제활동을 한 당신의 행위가 행정실의 실수에 의한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당신의 의도적인 불법행위가 아니었음을 인정합니다. 취업비자 신청도 문제없이 접수, 처리되었고 따라서 이 사건을 종결합니다."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약 1개월간의 수고와 걱정이 종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