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크는 아버지 25화

by 순례자

홍콩에 주재원 등으로 3년 내외의 짧은 기간을 거주하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고민 중에 큰 부분이 자녀 교육이다.보다 솔직히 말하면 자녀 교육을 위해 영어권 국가로 주재원 파견을 나온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내 아이에게 영어를 제대로 가르칠 것인가를 진지하게 연구한다.


하지만 영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갈 수 있는 학교는 거의 정해져 있다. 홍콩한국국제학교를 보내거나 KIS의 영어과정, 입학 문턱이 낮은 근처의 캐나다학교와 미국학교이다. 부모들이 보내고 싶어 하는 영국학제로 운영되는 학교는 뽑는 인원도 적고 편입학 시험을 치른다. 한국에서 홍콩에 온 지 얼마 안 된 학생들이 영국학교에 입학하기는 어렵다. 현지 교민들이나 홍콩에 온 지 오래된 부모님들은 자연스럽게 영국교육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국제학교가 학생들을 모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국국제학교 초등부에서는 한국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수준 높은 영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많은 노력을 했다. 그렇게 KIS에서 이머전 교육을 실시했다.


'이머전 프로그램'은 '이중 언어 교육'으로 1963년에 캐나다에서 실시하여 이미 그 효과가 학자들의 연구를 통하여 입증되었다고 한다. 캐나다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프랑스 등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이중언어 교육으로 이머전 교육이 널리 실행되고 있다고 한다.


초기에는 많은 학부모들이 반신반의했다. 영어와 한국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는 좋지만 그 목표를 과연 성취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일본에서도 '이머전 교육' 열풍은 뜨겁다. 10년 전 이머전 프로그램을 도입한 규슈 초등학교는 일본어를 제외한 다른 과목을 모두 영어로 수업을 한다. 3~4학년은 전체 수업 가운데 60% 정도를, 5~6학년은 50% 정도를 영어로 가르친다. 일본어, 일본 지리, 일본 역사 등을 빼고는 거의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셈이다. 교과서는 영어로 번역한 것을 쓴다. 홍콩한국국제학교도 이와 비슷한 교육방식을 택했다.


나도 초등 저학년 이머전 수업에 참관했다. 한 반에 한국인 선생님과 원어민 선생님 두 사람이 공동 담임이 돼서 대부분의 교과를 공동 수업한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학시간에 나누기에 대한 개념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원어민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색종이를 4 등분하기도 하고, 선생님과 함께 사과를 넷으로 나누어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법을 배우며 나누기에 대한 개념을 배웠다. 그 옆에서는 한국어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 사이를 다니며 수업을 돕고 있다.


아이들은 자유롭고 활발한 수업분위기 속에서 이머전 교육에 참여했다. 약 1년 6개월 전에 시작된 이머전 교육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듯했다. 초기에 학부모들은 바로 옆의 영어 과정에서 영어로만 수업을 해도 이웃의 다른 영어학교 수준을 따라가기 어려운데 거기에 한국어까지 같이하게 되면 영어는 어느 세월에 배우겠느냐는 우려를 많이 했다.

그렇게 1년 반이 흘렀다. 수업에서 만난 학생들은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 속에서 영어도 한국어도 자유롭게 사용했다.


교육은 무엇보다 부모의 뚜렷한 주관이 필요하다. 홍콩으로 주재원근무를 나오면서 자녀를 한국국제학교의 한국어과정에 입학시킨 한 학부모님을 만났다. 그분은 저학년 과정에서 한국어 능력을 확실히 갖춘 후에 영어를 공부시키겠다는 평소의 생각대로 한국학교에 아이를 보냈다. 물론, 다른 외국학교에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나날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KIS에서 이머전 수업을 시작했고, 1년 반이 흐른 지금은 그분의 자녀는 학습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영어실력도 타 외국학교 학생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훌륭한 교사진과 좋은 학교시설, 안정된 커리큘럼 등을 바탕으로 한국정부와 한인사회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학생 교육에 전념하는 KIS의 열정에 학부모들의 마음이 움직였으면 하는 기대를 해봤다.


또한 학생수 부족으로 폐쇄위기에 처했던 한국어 중학교 과정도 국어와 수학, 과학 등의 과목은 한국어 과정에서 한국 선생님들이 지도하고, 나머지 모든 수업은 영어 과정에 가서 영어로 배우는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중학교 과정의 학생수도 많이 늘었다. 이 시스템이 정착되자 두서너 명에 불과했던 초등학교 고학년과정의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홍콩한국국제학교는 국제도시 홍콩에서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등부는 한국대학 진학이라는 뚜렷한 목표로 모인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학교에 입학시킨다는 목표를 성취해 나가고 있다.


문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이다. 해외에 나와있는 동안 영어를 가르치려는 학부모들의 마음이 강하다. 그들의 마음을 돌려 한국국제학교에 다니게 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적인 감각과 경쟁력이 있는 인재로 키워내기 위해 초등학교는 이머전 수업을 시작했고, 중학교는 한국에 돌아가서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국어, 수학, 과학 교과는 한국인 선생님이 가르치고,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다른 과목은 영어 과정에서 원어민 선생님과 공부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한국국제학교의 부단한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 힘겨운 싸움은 홍콩이라는 국제도시에서 한국국제학교가 살아남기 위해 끝나지 않을 것 같다.



* 이 글은 2000년대 초반 제가 근무했던 때의 일을 적은 것입니다. 지금의 학교와는 전혀 관련 없는 먼 옛날의 일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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