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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추억하다

연재의 끝 글입니다.

by 순례자

여름을 추억하다


밖은 여름날

정오의 태양이 작열하는 한낮이다.

동그란 비행기 창 너머

바다같이 파란 하늘 위로

뭉게구름이 흰 돛단배처럼 떠 있다.

그렇건만 나의 가슴엔 두꺼운 커튼이

드리워지고 이국의 땅 어두운 방안에

일자리를 잃고 슬픔에 빠져

홀로 많은 생각에 잠긴 아들이 있다.


아무 걱정 말고 뜻대로 해본 후에

우리 곁에 오라고 봉투를 손에 쥐어주고

돌아서던 우리 부부의 가슴이 꽉 메어 오고

눈에 뜨거운 것이 고인 것은

그렇게 젊은 나이에 낙심한 탓이고

좀 더 기회가 주어지면 제 뜻을

펼 수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까닭이다.


우리가 그날 어리석은 생각을 외면하고

아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

잘한 일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이제 아들이 제 몫을 하며 그 땅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고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도 곁에 두고

그지없이 아취 있게 살아가고 있음이다.


*아취(雅趣) 있다: 내면적으로 풍요롭고 고상한 취향을 지니며 삶의 멋과 여유를 즐기는 태도와 삶의 방식


* 어느덧 연재의 종착역에 섰습니다. 보잘것없는 글에 관심과 격려를 해주신 덕분입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계속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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