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노을이 홍시빛으로 타는 여름날
황혼 무렵에 오솔길을 걸었네
쑥부쟁이 익모초 발끝에 차이고
까닭 없는 그리움이 발치에
이겨진 쑥향처럼
코끝에 맴돈다
숯불 같은 노을이
어둠 속으로 사위어지고
랜턴을 비쳐 들면 어둠 속에서
사방에서 다가드는 풀, 나무, 꽃, 벌레들
어디선가 귀뚜라미, 여치, 풀벌레들이
일제히 울어댄다
어둠이 내린 오솔길을 걸어가며
나는 웃고 있다
내 생애 어둠이 찾아올 때면
몸살처럼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가
오늘은 아무 걱정도 없이 달빛 따라
오솔길을 걸어서 집으로 간다
이런 밤이면 내 안에 은하수처럼
하얗게 반짝이는 강물이 흘러간다
*네이버 은하수 블로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