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세례
양철 지붕 위에 희게 널린
눈부신 빨래처럼
곰팡내 나는 양심을
쨍쨍한 햇볕에 투명하게 말려
가난해진 가슴을 당신의 말씀으로 채우면
소낙비 오듯 쏟아지는 생명의 기쁨이
강물 위에 뽀얀 안개처럼 피어나네
정오의 태양 아래
뜨거운 모래밭에 서 있는 나무가
뿌리 뻗어 물을 찾듯
당신의 말씀을 찾아 헤매고
모든 가지는 당신을 향해 뻗으면
한 점 그림자마저
마르지 않은 희망의 샘줄기로 흐르네
매미 울음조차 잠든 여름의 한밤에
낙엽처럼 떨어진 수많은 말들 위로
남겨진 침묵이 싹틀 때 비로소
내 삶의 갈피갈피에 새겨진
당신의 숨결이 들려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