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우르르 풀잎에 내려앉던 빗줄기는
올여름에 모두 자취를 감추고
어디로 갔을까
두 눈을 살며시 떠보았더니
덩굴 나무 능소화가
우르르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주황 꽃들로 피어났습니다.
봄날을 물들이던 꽃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넘어지면 매달리고 막히면 타고 넘어
주황 횃불로 타오르는 능소화꽃들이
아파트 담장 위로, 학교 담벼락 위로
점령군처럼 한여름을 작열합니다.
인생은 누구나 순례자가 아닐까요? 한국을 떠나 10 여 년 만에 돌아왔어요. <귀천>같이,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아름다웠다고 말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