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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by 순례자

장마


며칠 작열하던 태양이 잠시

비켜간 틈을 타

우르릉 그날이 몰려왔다.
줄기차게 뿌리는 빗발이

창 너머 숲을 이룬 칡 덩굴 위로

거센소리로 쏟아지고 튀어 오르며

땅을 휩쓴다.


숲 속에 새들도 숨을 죽인다.

천상과 결별한 너의 체념이

지상을 향해 일제히 내민 화해의 손길

이런 날 옛 추억은 새삼 떠오르고

줄기차게 뿌리는 빗발과 빗발사이로

젊은 날의 그리움이며 사랑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내가 지상에서 지은 죄가 낱낱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저기 멀리서 다시 새벽 동이 터오고

시원한 새벽바람이 부니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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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