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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여인

by 순례자

장미와 여인



장미꽃 넝쿨이 담장 위에 피었네


녹슨 초록 철문

이끼 낀 퇴락한 담장 위로

장미꽃 넝쿨 그대로 곱게도 피어있네


그리움이 너무 오래되어

추억마저 희미해진 우울한 날에는

담장 위의 장미꽃 향기와 그리움이

내 가슴에 다시 붉게 물드네


그 집 앞을 날마다 지나치던 나를
장미꽃들은 기억할까

한철 불꽃으로 타다 지는 꽃이 장미가 아니고

눈물로 지새운 날이 가시가 되고

가시에 찔려 오히려 향기로운 것이 삶이라고

나직이 속삭이며 내 눈앞에 선 꽃이여

그 꽃을 오롯이 내어줄 여인도 그리움도

이제 곁에 있으니

장미꽃 피는 계절마다 내 나머지 인생은

당신의 곁에 말없이 꽃 피어

당신의 뜰을 지켜 서 있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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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