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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의 고백

'풀꽃을 보며'에 답하여

by 순례자

풀꽃의 고백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네 시선이 무심코 지나친 그곳에

언제나 내가 있어

하늘의 별과 바람과 이슬이 찾아와서

나 홀로 조용히 피고 지면 그뿐



내 이름을 알려하지 않아도 좋아

한 줌 흙만 있으면 어디든

뿌리내리고 꽃 피우는 게 나야

바람과 비와 번개에 시달려 앓아누워도

툭툭 털고 일어나 열매 영그는

내 소리를 들어보겠니



내 향기에 고개 숙이지 않아도 좋아

비 오는 날 헐벗은 언덕에 누워도

어디서나 새롭게 피어날 수 있는게 나야

마음 맑은 한 사람의 눈길만

내 영혼을 채워준다면 철마다

알게 모르게 피었다 지면 그뿐

이만하면 행복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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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