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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by 순례자

매미


매미가 운다

천지가 쓸쓸해지는 처서가 지나서

가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아는지

분하고 억울해서 저리 우나 보다

오랜 세월을 땅속에서 몸부림쳤으니

여름 몇 나절 속 시원하게 우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매미가 운다

연분홍 봄꽃도 눈부신 신록도 보지 못하고

어느 나무에 기대어 울고 싶어도

여전히 땅바닥을

기어 다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분하고 원통한 일이 있어도

숨죽여 말 못 하는

억울한 사람들이 들으라고

요렇게 우는 거라고 필사적으로 운다



매미가 운다

그 사람들이 꿈틀대며 한번 크게 울고

고개를 쳐들고 한번 크게 소리치도록

제 모든 걸 울어 밝혀 기어코

에서 세상 밖으로 건너온

날개 달린 자신들의 삶을 보라고

매미 울음은 새벽까지 그치지 않네



*프리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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