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숲
가을날 이른 아침에 산책을 하다가
가만히 눈을 감는 것은
귀뚜라미, 베짱이 풀벌레들이
청명한 하프 소리의 울림으로 일제히 연주를 하고
딱새, 오목눈이, 휘파람새들이 칡넝쿨 숲 사이로
숨바꼭질하며 맑은 종소리나 플루트 소리를 내다가
높고 낮은 휘파람 소리로 노래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내 마음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
서늘하고 투명한 아침 바람에 눈을 뜨면
언덕은 온통 초록으로 넘실댄다.
칡넝쿨 꽃들은 홍자색빛 향기로
사방에서 피어나고
파란 나팔꽃들이 어우러져 정겹다.
이즈음에 내 가슴도 따스하고 평화로워져
여러 날 응어리진 마음도 모진 사람도
다 씻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