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의 소망

by 순례자

가을의 소망


반쯤 물든 감 이파리

가슴에 떨어져 머무는 이 나이에

이렇다 내세울 일 한 것 없고

앞으로도 근사한 일 할 것 같지도 않으니

인생에 한 번은 산티아고 순례길로 가자.

생장피에르포드 마을을 서성대다가

피레네 낮은 구름에 발목 적시고

알베르게 천장에 별자리도 되어보고

성야고보상의 금빛 망토가 순례자의

지친 어깨를 감쌀 때면 순례길의 서사는

발바닥에 새겨진 당신의 말씀이 되어

귓가에 나직이 들려오네.


네 삶에 다가온 또 한 번의 가을에

못 견디게 시린 바람이 불어와도

풀과 나무와 그리고 산과 언덕을

일으켜 세운 것은 내 사랑이었다,라고

감나무 가지 끝에 앉은 고추잠자리

가만히 졸고 있는 이 가을에

당신의 목소리가 나직이 들려오네.

keyword
금, 토 연재
이전 05화숲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