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당신이 부르시는 날은
연분홍꽃들이 다투어 피는
분주한 봄날이기보다는
은행나무 잎사귀 샛노랗게
눈물겨운 애틋한 가을날이기를
당신이 부르시는 날은
사고로 병실살이나
망각으로 거리를 헤매지 않고
목마른 사람들에게 물 한 잔
건네고 돌아와 소파에서
깜빡 조는 시간이기를
당신처럼 살진 못해도
조금이라도 닮아가며 살다가
사랑하는 이들 곁에서
그동안 고맙고 행복했다고
따뜻한 눈길로 끄덕이기를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의 얼굴
마주 볼 설레는 가슴을 품고
내 영혼을 당신께 맡깁니다,라고
작은 소리로 읊조리다 갈 수 있기를
당신이 부르시는 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