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
숲 속에 왔더니
단아한 배롱나무 같은
그대가 생각납니다
고즈넉한 들녘에는
가을 햇살이 시리게 내리고
메마른 풀로 덮인 언덕에
이맘때만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오목눈이와 참새들이
와글와글거립니다,
당신의 사랑의 말씀이
이 땅에 뿌리내려
저렇게 아름다운 들녘을
만드는 것이라 했습니다
자다가도 일어나 가고 싶은 숲입니다
소나무 한그루 누군가를 기다리며
말없이 언덕을 지켜섰습니다
메마른 풀숲에 쑥부쟁이 한 무더기
하얗게 피어날 때면
이 저녁 문 앞을 서성대는 당신처럼
창가에 비치는 그대와 하늘을 생각합니다.
태양은 여름내 온몸 다 불사르고
이제 온기조차 없지만
당신은 여전히 내게 환하게 피어있습니다
파란 가을 하늘로 새떼들이
낙엽처럼 섧게 날아가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