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녘에서
노을이 진다
무슨 석양이 저리 붉은가
굴참나무 위에 까치들이 연해 짖어
저문 해를 재촉한다
하늘에 날갯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노을 끝으로 새들이 날아간다
헐떡이며 혹은 가슴 벅차게
살아 온 인생인데 여기 산기슭에 섰다
갈대를 흔들던 바람이 잠들고
저만치서 내빼던
세월의 뒷모습을 본다
하늘에 창백한 달이 뜬다
뜨거운 가슴으로 쫓기며 부대끼며 목말랐던
내 보리밭 같은 청춘은 이제
바람결에 메마른 풀내음으로 올라온다
한때는 온통 그대 기다리는 일로
강물같이 세월의 노래를 불렀다
사람은 누구나 낙엽처럼 하나 둘씩
떨어져 가버리지만
그대를 그리워하다 이 한세월
저무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