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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녘에서

by 순례자

황혼 녘에서


노을이 진다

무슨 석양이 저리 붉은가

굴참나무 위에 까치들이 연해 짖어

저문 해를 재촉한다

하늘에 날갯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노을 끝으로 새들이 날아간다

헐떡이며 혹은 가슴 벅차게

살아 온 인생인데 여기 산기슭에 섰다

갈대를 흔들던 바람이 잠들고

저만치서 내빼던

세월의 뒷모습을 본다



하늘에 창백한 달이 뜬다

뜨거운 가슴으로 쫓기며 부대끼며 목말랐던

내 보리밭 같은 청춘은 이제

바람결에 메마른 풀내음으로 올라온다

한때는 온통 그대 기다리는 일로

강물같이 세월의 노래를 불렀다

사람은 누구나 낙엽처럼 하나 둘씩

떨어져 가버리지만

그대를 그리워하다 한세월

저무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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