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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by 순례자

고백


해지는 사바나 초원에서

사자 몇 마리

검은꼬리누 새끼 한 마리 숨죽여 보고 있다,

그 우람한 몸을 잔뜩 움츠려

오래 숨을 죽였다가

있는 힘을 다해

일제히 질주하는 것을 보면

사는 게 다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나는 밥 벌어먹기 위해 살아왔다,

내 가족 내 새끼 살리느라

통장의 허접한 잔고에 주눅 들고

헐떡이며 살아왔다

내 부모만 아니고 내 새끼만 아닌 이에게

몇 푼 떼어줄 때도 망설이며

머릿속에 숫자를 헤아렸다

하나님이 말갛게 씻어 놓은 죄를

가슴으로 감추고 어름어름

한 세월 지나왔다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다

당신이 기뻐할 사랑을 하며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야지,

가슴이 시키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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