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책
아내와 둘이서 걷는
아차산 오솔길
낙엽이 지는 파란 하늘가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덮는
낙엽길을 걷는다
버스럭,
버스럭,
낙엽 밟는 소리가 좋아
아내와 나는 아이가 되어 한나절
낙엽이 한 움큼 쌓인 이 길을 걷는다
가을 찬바람 시린 서리에도
붉게 붉게 타는 낙엽의 마음, 적막한 숲에
소리 없이 떨구는 한 잎, 한 잎
낙엽이 쌓인 이 길이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으로 버스럭,
슬픔으로 버스럭,
추억으로 버스럭,
허공에서 지는 낙엽을 보며
낮은 데로 떨어지는
고달픈 영혼들을 생각한다
괜스레 숙연해지는 산책길
너의 추억을 나는 이렇게 걷고 있다
노을빛으로 가을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