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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

by 순례자


가을 아침


잎새 떠난 뒤 나무는

하늘에 빈가지만

몸 흔들며 눈부시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투명하다

가을이 가는가,

막 내린 서리 위를 뒹구는

낙엽이 하나, 둘 길 위에 쌓이고,

시들은 풀숲 사이로 참새, 박새들이

밤하늘 별처럼 소란하게 숨바꼭질한다

아침 햇살을 등 뒤로 받으며

서면, 고개 드는

놓아야 하는 아쉬운 기억들은

돌아보지 말자,

타박타박 혼자 걸어서

풀 우거진 길섶에

쑥부쟁이꽃 한 송이로

깃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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