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한파가 연거푸 밀어닥치는 날에
저녁 볕살이 들판 가득 쏟아지면 하루가
끝나고 어둠이 소리 없이 땅을 덮는다
천천히 노을이 물들면 어둠은
들뜬 세상을 가라앉혀 주고
힘들고 긴 낮을
평안 없는 밤들을 보냈을 당신을 향해
뜰아래 쏟아지는 달빛 그리움
산모퉁이를 돌아서면 앞에서 확 덮치거나
뒤에서 사정없이 밀쳐내는 바람처럼
붙잡을 수도 따라갈 수도 없는 삶의 여정
찬바람에 눈보라 쳐서 살이 터져도
산모퉁이 한구석을 홀로 지켜 서서
다부지게 열매 맺는 상수리나무처럼
그 무참한 생존을 위하여
어떻게 살까 묻지 않아도
흐르는 바람은 제 갈 길로 가고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간다
오직 내일이 있기에
먼 마을 홍매화꽃 벙그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