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기도

by 순례자

새해의 기도


첫새벽에 눈을 뜰 때

넓은 유리창 너머로

바람이 불고 첫눈이 수북이 내리고

초록 소나무 위에 까치들 짖는

소리를 듣게 하소서

지난밤의 아름다운 꿈을 지닌 채

아침을 맞는 것은 언제나 힘겨운 일

이 땅에 평화와 사랑의 꿈은 휴지통에

던져진 다툼과 미움의 조각으로

뒹굴 뿐입니다


기다리던 첫눈도 내리고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이 많은데

얼마나 잊고 싶은 일도 많은데

해마다 와서 속절없이 가버리는 것이

새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답답하고 두려운 일입니까

보리싹 파릇파릇 움 틔우는 저 들판 위에

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새해 아침,

우리 다시 걸어야 할 이 고달픈 길을

가난한 마음으로 꿋꿋하게 걸어가게 하소서

새해라 그런지 아침 햇살이 따뜻합니다

메마른 가지에 곧 꽃도 피게 하소서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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