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정갈하게 저녁상 차려 놓고
어디로 갔나
냉이와 달래의 봄 내음
코 끝에 알싸한데
건넌방 아이 울음만
귀에 들린다.
소파며 식탁에 앉아
주위를 환하게 밝히던
이 사람의 얼굴은 어디에도 없고
아이 울음만 빈집에 가득하다.
이 사람이 어디로 갔나
함부로 쏟아 논 내 말이
가슴에 모질게 박혀
끝내 머물 수 없었나
밤비가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는데
이 사람의 난 자리는 흔적도 없고
분홍빛 원피스며 반짝이는 구두도
그대로 있는데
혹시나 하고 문을 열어보고
나는 맥 없이 주저 앉는다.
찬비는 사납게 내리는데
이 사람이 어디로 갔나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혀 끝의 모진 가시에 덧이 낫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