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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례자 Sep 28. 2024

선운사 동백꽃

 선운사 동백꽃


차가운 비 뿌리는 새벽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

암갈색 박토를 품

동백꽃이 졸고있네

 


 노동자의 팔뚝처럼

 줄 선 억센 줄기
 목마름으로  불거진 뿌리

 곡진 삶의 옹이들

 숨 가쁜 삶의 여정을 는다.
 
  고단한 신발 벗고 곁에 앉으니
  선운사 청아한 범종 소리

  긴 여운 남기고

  붉은 꽃 하나 눈물처럼

  뚝하고  발아래 뒹구네


 잿빛 장삼 자락 펄럭이며
 황토 마당 가로지르는
 한 무리 동자승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은 꽃 속에 바스러지고

 나는 가슴이 다.


 돌아보면 가슴 아린 절망의 그늘에서
 어떤 것은 썩어 바닥에 뒹굴고
 또 어떤 것은 생명을

 잉태하지 않았던가


새벽 까치 우는 동백꽃 숲에서

지난날의 슬픈 여정을  

설레던 기대를 생각
나 남은 사랑처럼
동백꽃이 눈물보다 빨리

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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