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이렇게 나이 먹어도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설레던 날을 추억하고 있다.
삶을 옥조이는 경쟁,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 타인을 할퀴는 날 선 마음이 아니다.
만국기 펄럭이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질주하던 네 힘찬 다리, 아침이슬 머리에 인 잎새처럼 책 읽고 글 쓰기에 행복했던 너의 반짝이던 눈, 자전거를 처음 배운 날 도로를 질주하며 환호하던 너의 외침이다.
몸에 맞지 않는 욕망과 야망의 옷을 걸쳐 입은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황폐한가.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듯 삶은 고달프지만
가슴에 심긴 한 줌 꽃씨는, 광야 같은 세상 두 손 맞잡고 건너던 시간, 가족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밥을 먹고, 지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누울 수 있는 집, 교과서와 공책 단정한 머리와 셔츠 그리고 운동화를 준비할 수 있는 새 학기, 이 모든 소박함을 불평하지 않고 안아 주던 너의 속 깊은 마음이다. 너만 생각하면 홀로 걸어가는 길에도 사방에서 네가 웃고 오는구나.
우리가 함께 밟았던 그 땅에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노을 지는 저녁 바다를 보며 미소 지을 너를 그려본다.
하늘 한구석 뒤엉켜 먹구름 지고 습하고 더운 열기 녹록지 않은 이방의 땅에서,
실개천 굽이쳐 흘러 가을 강같이 넉넉해진 너의 마음 위로, 바람이 푸른빛으로 지나가고, 맑은 햇살이 반짝이며 부서지고, 어깨를 짓누르던 무겁던 일들을 딛고 서서, 사랑하는 이와 노을 걸치고 앉아 있을 너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