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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례자 Oct 19. 2024

주일 아침

주일 아침


졸음이  많은

마흔을 훌쩍 넘겨

사춘기 아들을 둔 나는

대표 기도가 끝나고 설교자가

첫마디를 떼기 무섭게

졸기 시작한다.     


국과 지옥을 오가는

메시지에도 아랑곳없이

앞으로 옆으로 흔들린다.

아득한 귓전으로 아브라함의 축복

헐몬 산의 이슬이

예배당 안에 가득해도

이십 대의 그 모습으로

나는 졸고 있다.     


그래도 저 졸음은

고열로 밤새 뒤척이던

아내를 돌 본 시간이고

늦은 밤 지새는 수험생 아들을

시중든 시간이야

아니야 아니야   손톱 까맣게

살아온 삶의 무게일 거야.   


고단한 삶이 쓸고 간

인생의 강변에서

흔들리는 갈대의 인생

청결한 가위 끝에 잘린 백합 향기     

헐떡이며 살아온 나의 뉘우침은

찬란하게 동터 오는 부활의 아침에도

속죄와 위안의 고갯짓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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