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에 서서
태양이 낮동안의 열기를
가슴에 품고 서럽게 붉은
노을로 타다가
소나무 참나무 숲을 지나서
늙은 갈대숲을 바스락대며 물들이고
당신의 뺨도 물들입니다.
아주 오래전
노을 진 미네르바 언덕에서
떨리는 가슴으로 부른 나의 노래에
당신의 마음마저 붉게 물들어
오늘 나란히 저문 해를 바라봅니다.
산들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노래처럼
다시 한번 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흔들어
붉게 타들어 간다면
그림자처럼 조용히 사라지는
석양에 서서 하나둘씩 깨어나는
별을 세며 설레던
지난날을 헤아리렵니다.
산자락의 눈자위가 불그레 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