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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례자 Dec 28. 2024

계엄 유감

계엄 유감


너의 외침에  소스라치게 놀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오래전 깊은 우물, 어두운 바닥에서

울려 퍼졌던 망령 같은 네 소리에

우리의 맑은 영혼이 

순식간에 휘둘렸던 악몽이 되살아났다.   

   

이 땅이 어떤 땅이더냐.

못 지킨 땅의 한 맺힌 사연들을

가슴속에 눈물로 새겨두고

이 강토 한 줌 황토 흙 가슴에

하나의 고운 씨앗을 품고 지켜왔던 땅

사랑하는 내 가족들이 혼곤하게 잠자고

있는 땅이 아니더냐.


하늘엔 민들레 홀씨 가득 날고

온종일 사랑하는 아들, 딸이 소리 없이

내 마음을 따라오고

내가 그 길을 걷고 있는 땅이 아니더냐.     

어디서 굴러먹던 오잡놈이

홍두깨를 마구 휘둘러

우리 아들. 딸의 순결한 새벽을

황폐한 어둠으로 물들이려는가.


아들아, 딸아 똑똑히 보거라. 

해 떨어지는 어두운 길이라도

가 쓰러지면 내가 손 내밀어 일으키고

내가 흔들리면 너는 곁에 서서

붙들어 주 함께 가자

우리 이 땅에서 아름다운 싸움을 해나가자.

가만가만 서로에게 다가가

야윈 등을 다독거리자.     


아들아, 딸아

너는 우리 삶에 오로지 내일이.

자고 나면 아침 새소리 반짝거리고

이 땅의 이름 없는 들풀 하나도

깊고 깊은 그리움으로

사랑의 굳센 뿌리를 내려

희망의 길을 함께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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