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유감
너의 외침에 소스라치게 놀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오래전 깊은 우물, 어두운 바닥에서
울려 퍼졌던 망령 같은 네 소리에
우리의 맑은 영혼이
순식간에 휘둘렸던 악몽이 되살아났다.
이 땅이 어떤 땅이더냐.
못 지킨 땅의 한 맺힌 사연들을
가슴속에 눈물로 새겨두고
이 강토 한 줌 황토 흙 가슴에
하나의 고운 씨앗을 품고 지켜왔던 땅
사랑하는 내 가족들이 혼곤하게 잠자고
있는 땅이 아니더냐.
하늘엔 민들레 홀씨 가득 날고
온종일 사랑하는 아들, 딸이 소리 없이
내 마음을 따라오고
내가 그 길을 걷고 있는 땅이 아니더냐.
어디서 굴러먹던 오색잡놈이
홍두깨를 마구 휘둘러
우리 아들. 딸의 순결한 새벽을
황폐한 어둠으로 물들이려는가.
아들아, 딸아 똑똑히 보거라.
해 떨어지는 어두운 길이라도
네가 쓰러지면 내가 손 내밀어 일으키고
내가 흔들리면 너는 곁에 서서
붙들어 주며 함께 가자
우리 이 땅에서 아름다운 싸움을 해나가자.
가만가만 서로에게 다가가
야윈 등을 다독거리자.
아들아, 딸아
너는 우리 삶에 오로지 내일이다.
자고 나면 아침 새소리 반짝거리고
이 땅의 이름 없는 들풀 하나도
깊고 깊은 그리움으로
사랑의 굳센 뿌리를 내려
희망의 길을 함께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