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역설

by 순례자

아름다움의 역설


하얀 눈이 쌓인

겨울 과수원을 거니네

가을날의 풍성한 열매

기억 속에 간직한 채

터져 비틀린 사과나무 가지

늙은 어미의 젖가슴처럼

푹 꺼지고 쭈그러진 줄기

뿌리 끝에서 마지막 진액까지

짜내고 남은 열매 몇 알


과수원 어귀 프라터나스

그 풍성한 잎새

겨울의 차가운 손길에

다 떨구고 앙상하게 남아도

꼿꼿한 줄기와 가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니야 진정한 아름다움

겉모습에서 나오지 않아

너는 공중에 나는 새 한 마리에게조차

달콤한 희생을 해본 적이 없지

아름다움은 진흙 바닥에서

밀어 올린 연꽃 같은 거야

비틀린 가지 끝에 눈부신 아름다움이 열매 맺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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