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부자가 될 거예요

부의 상상력이 사라진 아이들

by 아우리

제가 가르치는 아이 중 한 명이 어느 날 눈을 반짝이며 말했습니다.

“저는 돈을 진짜 많이 벌 거예요. 엄청 큰 부자가 될 거예요.”

“어떻게 벌 거니?” 하고 물었더니,
“그건 모르겠어요. 그냥 부자가 될 거예요.”

그 대답이 귀엽게 들리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 말에는 ‘꿈’보다 ‘당연한 전제’가 담겨 있었습니다 - 부자가 돼야만 성공이고, 돈이 많아야 인정받는 세상 말입니다.

그 믿음이 너무 자연스러운 시대 속에서 아이들은 자라고 있습니다.


보여주는 행복, 숨겨진 피로

요즘 드라마에는 재벌 이야기가 유난히 많습니다. SNS에는 명품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순간들이 넘쳐납니다. 사랑의 순간이 진심보다 연출이 되고, 행복은 마음이 아니라 카메라 각도로 결정됩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모두가 행복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 속에서, 나는 언제나 '조금 부족한 사람'으로 남습니다. SNS는 그런 결핍을 끝없이 확대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친구 중 한 명도 그랬습니다. 오랫동안 눈에 띄는 재산을 모으지 못했는데, 최근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더니 “나도 이제 투자해야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급함이 만들어내는 불안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성공이 나의 실패처럼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각자의 속도를 잃어버립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결국 우리 모두가 비교의 무게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돈이 기준이 되는 순간

친구의 조급함을 보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돈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이 삶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요즘은 순자산 10억 원이 중산층의 경계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그 기준에 닿은 사람이라 해도 마음이 완전히 편하지만은 않을지도 모릅니다. ‘더 벌어야 한다’는 압박은 누구에게나 끝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 걸까요?

저는 돈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창 일하던 시절에는 돈보다는 맡은 일에 충실하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신뢰의 의미와 책임의 무게를 배웠습니다. 돈을 좇지 않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존중과 마음의 평온, 그리고 필요한 만큼의 재물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지금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전혀 불행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그냥 큰 부자가 될 거예요”라고 말할 때, 저는 조용히 되묻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행복할까?”


진짜 부는 무엇일까

저는 아이에게 “돈보다 중요한 게 있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네가 가진 것을 오래 지키려면, 마음을 먼저 단단히 해야 해.”

꾸준함이라는 힘, 진정성이라는 기준. 이런 것들은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수는 없지만,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진짜 ‘부(富)’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것은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내 안에 돈밖에 쌓은 것이 없다는 공허함입니다.

“그냥 부자가 될 거예요.” 그 아이의 눈빛이 여전히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언젠가 그 아이가 ‘어떻게’를 고민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그 아이에게 돈이 아닌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그때, 그 아이가 묻게 되겠지요.
“선생님, 진짜 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다시 생각해야 할 질문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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