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온다

가을은 온다

by 들국화

연일 비 소식에 딸려오는 사고들, 마음 아프다.

내가 아니라서 다행히 아니다.

누구라도 평온했으면 좋으련만, 상처를 남긴 비가

오늘은 방긋방긋.

언제 나쁜 짓 했냐는 둥 시치미 뗀 얼굴이 맑다.

이것저것 말릴 것 투성이라 한 줄기 햇빛이 고마운 아침.

동동거린 시간을 두고 식탁에 앉아 아침밥을 먹는다.


넓은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벼들의 수런거림에서 가을을 본다.

여름 속에서 가을을 읽는 나는 언제나 계절을 앞서가는 시인.

엎드려 잡초 뽑고 있는 남편의 등이 그때 아버지의 모습과 겹친다.

새벽에 나가 들로 산으로 한 바퀴 두르고 아침 밥상에 앉은

아버지에게서 나는 깻잎 같은 냄새가 좋았다.

싱그러워서 좋았고 든든한 아버지의 땀 냄새가 좋았다.

어젯밤 과음한 남편의 등은 아버지처럼 든든하지 않다.

힘 빼지 말고 들어오라는 성화를 서너 번 눈살로 보냈건만 들은 척 만 척

구부러진 허리 펼 줄 모르고 따가운 여름 햇살을 받고 있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제법 굵어진 이파리를 흔들거리고 있는 들녘,

식탁에 반찬은 없지만 없어도 배부른 아침,

벌써 고개 숙인 누런 벼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가을은 여름 속에 묻어오고 가을 속에 겨울이 들어앉아 있듯

계절은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하고 있지만 그 순한 말 듣지 않아

자연재해가 발생하기도 하니 순응하며 살아가려면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귀 기울여 들어야 하리.


오랜만에 놀이터가 시끌시끌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우는 소리, 소리가 모여 하늘로 올라

뭉게구름 만드는 오늘은 날씨도 사람도 멀리서 오는 소식들도

사랑도 하나 같이 뽀송뽀송 맑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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