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해석

가느다란 사랑은 끊어지기 마련이다

by 집안의 불청객

가치관, 일상생활, 경험 등 사람은 모두가 같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모이면 해석의 시선도 달라진다. 연애는 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누구 한쪽이 맞춰주어야 해결이 빨라진다.


서로의 해석을 두고 논쟁하면 피곤함과 답답함만 느껴진다. 둘 중 하나가 차라리 지는 것을 선택하면 복잡한 과정 없이 간결한 결론만이 내려진다.


그녀와 나는 살아온 인생이 달랐다. 그녀는 평범함을 추구했고 나는 도전이나 새로움을 추구했다. 그렇기에 안정성과 손실 위험의 충돌이 계속됐다. 대부분 해석의 차이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충돌하지 않도록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이해가 안 가는 상황도 맞장구쳐주었다. 대학에서부터 직장에 취업할 때까지 육 년이라는 긴 시간을 말이다.


그 반대인 경우는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걸 수도 있지만 없었다. 해석이 다른 결과가 나오면 우리는 사소한 것부터 말다툼을 시작했다.


그 말다툼은 싸움으로 번졌다. 그리고 그 끝에는 한쪽의 일방적인 사과만이 남아있었다.


그때마다 고민했다. 이렇게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그에 따른 해석의 결과가 매번 다른데 우리는 연애를 지속하는 게 맞나 싶었다.


그런 고민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먼저 용기를 내서 말하기도 무서웠다. 너무나도 긴 시간을 함께했기에 서로가 없는 상황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날 그녀는 자신과 해석이 비슷한 사람을 찾았다. 같이 운동하던 사이였다. 같은 회사원, 같은 시간대의 업무, 같은 취미, 같은 거주지가 그녀의 공감대를 자극했다.


그와 반대로 나는 야간에 일을 했고 업무도 생산직이었으며 회사원도 아닌 계약직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걸로 헤어질 줄은 몰랐다.


헤어지고 나서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그제야 느꼈다. 우리는 서로 불행했구나. 인생에 대한 해석이 맞는 점이 하나도 없었구나. 시한폭탄을 들고 계속해서 서로에게 떠넘기는 중이었구나 말이다.


폭탄이 터지고 굉음과 파편이 튈 때 그녀는 감싸안아 줄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 했다.


이별은 그녀에게 새로운 시작이었다. 나에게는 슬픔이었다. 매일 술을 마시고 팔뚝에 자해했다. 감정을 호소하고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졌다.


처음에는 힘들기만 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잘못의 유무를 따졌다. 그러다가 싸운 일들을 떠올리며 가치관의 차이를 생각했다. 행복으로 예를 들면 내가 원하는 행복은 나중으로 계속 미뤘다가 한 번에 크게 터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행복이란 사소한 것이었다.


차라리 인생에 답이라는 게 있었으면 좋았겠다. 그럼, 해석이 틀릴 리가 없으니 말이다. 아니다. 애초에 묻는 말이 다른데 같은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끝맺음에 내가 깨달은 것은 나에게 잘해주는 여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대화를 하고 곁을 나누고 말이 잘 통하고 바라보는 방향이 같고 그 길을 같이 걸어가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헤어지고 나서 소개해 준다는 연락은 몇 번 왔으나 전부 거절했다. 한순간의 모습만 보고 빠져들어 가면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될 게 뻔하니까 말이다.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장편으로 보고 싶다. 그 누구든 좋으니, 인생에 대한 해석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평생 혼자 사는 게 편할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육 년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내 나이가 스물여섯인 걸 고려하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생각해 보니 지금 단편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걸 수도 있겠다. 세상의 모든 연애는 그러겠지. 다른 이들은 나와 생각이 전부 다르겠냐는 낙인찍힌 해석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근데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난 그 경험이 전부였고 연애도 그것이 전부였다. 전부를 한 번에 잃어버렸기에 내가 볼 수 있는 면은 하나밖에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면조차 사라지면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더욱 간절하다. 내가 믿는 이 해석이 맞다고 생각해야 하고 머릿속으로 세뇌해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내가 살 수 있으니까. 그렇게라도 살고 싶으니까. 의미 없는 생명의 지속이 아닌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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