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울

가느다란 사랑은 끊어지기 마련이다

by 집안의 불청객

지독한 우울이었다. 연애는 우울 속에서 피어나는 꽃과도 같았다. 우울의 연속성에서 행복을 찾았다. 그 행복은 잠깐이나마 달콤함을 주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계속 연애를 한 이유는 그 달콤함이 마음속 여운에 남았기 때문이다.


다음에도 이렇겠지, 지금만 버티면 나아질 거라는 하는 기대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우울했던 것 같다. 관계의 개선을 원하면서도 지속되는 그 마음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나와 그녀의 오랜 관계에 관한 익숙함이었다. 서로의 익숙함은 행복을 나누기보다 불행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 불행은 나눠지지 않고 배가 되었다.


불만을 토로하고 그 불만은 서로에게 축적되었다. 축적된 불만은 우울을 가져왔고 상태의 악화만 진행되었다.

악화하여서 나는 우울증에 걸렸다. 실제로 병원에서 그렇게 진단을 받았고 약도 먹기 시작했다. 병을 인지한 나와 다르게 그녀는 부정했다. 정신과를 가보라는 내 말에 무섭다고만 하며 현실을 마주하지 않으려 했다.


그녀가 병원에 가지 않아 더 심해지는 만큼 나도 심해졌다. 서로에게 힘만 드는 관계는 지쳐만 갔고 결국 그녀는 다른 사람을 찾아갔다.


처음에는 그녀가 다른 사람을 찾아갔다는 사실이 힘들게만 느껴졌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족쇄가 풀어진 것 같았고 나만의 시간이 확보되자 자유를 느꼈다.


우울증에서 점점 탈피하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약을 점점 줄이기 시작하고 규칙적으로 행동했다. 점점 회복되었고 일상을 찾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헤어져서 다시는 볼 일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간단한 안부 인사였다. 그 안부 인사는 아무렇지 않은 친구 관계 사이가 주고받는 것 같았다. 마음이 다시 복잡해졌다. 왜 이 문자를 보낸 것일까 다시 마음이 내게로 돌아왔나 아니면 그 사람과 헤어진 건가 싶었다.


연락에 관해 답장할지 하지 않을지 수도 없이 고민했다. 내가 내놓은 결론은 읽지도 답장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관계의 끝을 완전히 정리하기 위해 차단까지 했다.


차단까지 한 이유는 사실 그녀의 프로필을 가끔 확인하기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나를 감싸안았다. 정확히 하자면 그 기분은 행복보다 우울 쪽에 가까웠다.


잠시의 혼동이 있었지만 금세 잠재울 수 있었다. 근데 옆이 허전했다. 친구를 만나 게임을 해도 부모님과 식사해도 약간의 공허감이 남아있었다.


그런 공허감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아직도 조금씩 느껴진다. 그녀의 얼굴이 그리고 그녀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말이다. 이 공허감도 없어져야 완전히 마음을 자리 잡을 수 있겠다.


정리하자면 나의 연애는 우울 탈피의 연속이었다. 좋지 않은 경험이었고 서로가 익숙해질수록 설렘이 줄어들고 안정감이 드는 게 아닌 그저 감정의 메마름에 가까웠다.


그 메마름은 단비 없는 가뭄이었다. 그렇지만 그 가뭄에서 언제나 비가 내리길 바랐고 실제로도 아주 가끔은 내렸다. 목마름에 물을 갈구할 때 그 갈증만 해소될 정도에 그쳤다. 악순환의 반복이었고 희망 고문이었다.


희망이 주어진다는 것은 앞으로의 발전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만 그것이 아주 가끔만 주어진다면 지옥이 따로 없다.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것이 제일 악랄하다.


물론 의도는 없었겠지만, 서로가 그랬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첫 경험이어서 서툴 수는 있겠지만 고치려는 시도는 둘 다 없었다.


둘 중 하나는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기해야 했다. 아니면 새로운 희망을 찾든가 해야 했다.


나는 포기를 선택했고 그녀는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났다. 우리 둘 다 그게 이득이었고 제일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자기합리화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모든 연애가 우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의 관계가 이렇다고 생각된다면 당장이라도 포기하거나 새로운 희망을 찾길 권유한다.


그 관계는 전혀 도움 될 것이 없고 자신만 망치게 된다. 무너지는 상대방을 보는 것도 고역이고 자신이 무너지는 모습은 더욱더 고역이다.


처참한 나를 만들지 말자.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 그게 연애고 우울 속에서 행복이 아닌 행복 속에서 우울을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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