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부코스키(0920년 8월 16일~1944년 3월 3일)가 잡지사나 출판사 편집자에게 쓴 수많은 편지 중 글쓰기에 관련된 부분이 담겨있지만, 책을 읽고 이해한다고 해서 글쓰기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질 않는가.
『글쓰기에 대하여』 책은 부코스키 연구자인 아벨 드브리토가 엮어 편집한 것이다.
책 첫머리에는 25살 청년 부코스키가 1945년 10월 말에 쓴 편지가 담겼다.
당시 무명이던 그는 *할리 버넷에게 <스토리>지에서 일거리 하나만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보낸다.
*할리 버넷은 부코스키가 1944년 첫 작품을 발표한 잡지 <스토리>의 공동 편집자이다.
1945년 ~ 1951년, 이 시기는 부코스키가 술에 취해 보낸 시기로 건강 상태도 최악이었다.
타자기를 팔아 술을 마실 정도로 피폐했던 시절이지만 그가 썼던 손 편지들이 남아있고 그중 몇 편이 팩시밀리로 중판되어, 당시 부코스키의 힘들었던 상황과 심정을 느낄 수 있다.
손 편지 속에는 그의 뛰어난 재치가 엿보이는 삽화도 함께 담겨있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편지에는 부코스키의 성향과 솔직함이 드러난다.
그의 편지는 받는 대상이 누구이건, 가식을 벗어던진 자신이 누구인지를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그는 처음 떠오른 생각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출판되길 원하던 그의 마음이 담긴 서간문들은 시가 되기도 하고 일기, 단편이기도 하고, 소설일 수도 있다. 작가로서의 성장은 그의 서간문 속에서 생생하게 드러난다.
1963년 3월 <아우사이더> 3호에 단편 『찰스 부코스키: 세 편의 시』가 실린다. 또 다른 단편 『그것은 두 손으로 내 심장을 잡는다』의 서문 '비행 중의 찰스 부코스키'라는 글을 쓰게 된 부코스키는 편집자 존 월리엄 코링턴에게 긴 편지를 썼다.
..... 평생 편집자들과 전투하고 증오한 끝에 결국은 이런 일이 생겼군. 이 두 사람의 장인 정신, 예의, 기적에 거의 경이감을 느꼈어. 나를 표지에 실어주고 편지를 출판해줘서가 아니고. 하지만 아주 웅장한 태도로 자긍심도 명예도 잃지 않은 채로 그걸 해냈기 때문에. 내정신이 술과 나이 때문에 결국에는 말랑말랑해질 거라는 거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때까지 살아 있기나 하려나. 하지만 죽음 바깥의 그 무엇도 내게서 이 시간을 빼앗아 가지는 못할 거야. 벽과 창녀와 지옥의 낮과 밤은 내게 이런 걸 가져다주지 못해. 나는 운이 좋았지. 그리고 내가 운이..... 나빴던 이후로는..... 나는 이 3호를 받아들이지. 내 삶의 세월이 갔고. 거의 모든 것이 갔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편집자들이 너무 잘해서 마음이 벅찬데. 그들은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나를 훨씬 더 잘 이해하는 있는 게 분명해..... (본문 98쪽~99쪽)
1960년대를 지나면서 그의 문장에는 개성적 특색이 뚜렷해진다.
비웃 듯한 그의 유머는 컬트적 위치를 확고히 했다.
..... 글쓰기란 죽이게 재미있는 게임이죠. 거절당하면 더 잘 쓰게 되니까 도움이 되고, 수락받으면 계속 쓰게 되니까 도움이 됩니다. 제가 태어난 지도 43년 11일이 됩니다. 스물세 살 때부터 시를 쓰는 건 괜찮아 보여요. 마흔세 살에 뛰어들면 머릿속에 뭔가 약간 비틀린 게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될 테지만 그것도 괜찮아요..... 열한 편의 시라니 좋네요. 그렇게 많이 찾아낼 수 있었다니 기쁩니다. 커튼이 내 나라 위에서 국기처럼 흔들리고 맥주는 커다랗죠. (본문 110쪽)
부코스키는 50살이 되었을 때, 14년 동안 다녔던 우체국을 그만두고 비로소 전업작가가 된다.
그는 50여 년 동안 거의 매일 글을 썼다.
1987년 경, 부코스키의 인터뷰 글을 보면, 글쓰기에 관한 그의 충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일주일 동안 글을 쓰지 않으면 몸이 아픕니다. 걸을 수도 없고 어지럽죠. 침대에 누워서 토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캑캑거립니다. 나는 타자를 쳐야 해요. 누가 내 손을 잘라버리면, 나는 발로 타자를 칠 겁니다."
그는 영혼으로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닐까?
부코스키는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빈민가의 계관시인'으로 불린다.
그의 말이나 행동은 투박하고 거칠어 보인다.
잡초같이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부코스키의 글을 통해 그의 인생을 느낄 뿐인데도 강렬하고 진하며 생생하다.
1990년대 부코스키는 이런 말도 했다. "그(글쓰기) 행위보다 더 큰 보상은 없어요. 그 후에 오는 건 그저 부차적일 뿐이요"라고
『글쓰기에 대하여』 책 끝머리에는 그가 사망하기 일 년 전인 1993년 2월 1일 *조시프 패리시에게 보낸 편지가 쓰여있다.
부코스키는 이미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오른 상태였지만, <포에트리>지에서 마침내 그의 작품을 싣기로 한 데 대한 감사의 편지를 조시프 패리시에게 보낸 것이다.
*조시프 패리시는 부코스키의 글을 수십 년 동안 꾸준히 거절해 온 <포에트리>지 편집자이다.
나는 '언더그라운드 전설'인 부코스키를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일기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