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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Jan 10. 2022

지리산 운무 드리워진 '연기암' '관음사'의 신비로움

연기암 관음전에 서면, 몸과 마음이 절로 지리산 운무 속을 들고나더라


화엄사를 나서 연기암으로 향한다.

연기암은 화엄사에서 2Km 거리에 있다.

해발 530 고지이니, 세상으로부터 높이보다는, 길고 깊게 들어온 산골에 있다.

날 좋은 날 지저귀는 새소리 들으며 등산하기 딱 좋은 숲길이다.

특히, 연기암에 오르면 어느 곳에서든 구례 섬진강까지 전망할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곳인가!

그리나 우린 봄비 내리는 날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화엄사에서 연기암 오르는 길 / 700m 올라온 지점에 서있는 '연기암' 안내 표지판


연기암은 화엄사 원찰이며, 백제 성왕 때 인도 고승 연기조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연기조사가 처음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완전히 전소되었으나, 1989년 종원 대선사가 중창했다.

연기조사는 어머니를 모시고 지리산에 들어, 화엄 가르침을 널리 알렸다고 전해진다.

그 후 화엄사를 창건하고, 연곡사, 대원사, 귀신사 등등 지리산 곳곳에 사찰을 짓고 화엄사상을 널리 폈다.


연기암 입구, 가운데 대웅전 지붕이 보인다.


연기암 미술관 아래로 아담한 산방이 있다.

불도(佛道)를 닦으며 교법을 펴는 이곳 처마 아래 현판에 눈 길이 멎는다.

'고불 소산 방', 스스로 도를 깨쳐 미소 짓는 산촌 집 방 정도의 의미를 생각했다.

그러나 '고불 소산 방' 경지에 이르기가 어찌 쉽겠는가!

그 경지에 가까이 갈수록 인자한 미소는 저절로 따라오겠지.


'고불소산방' 현판 / 아담한 '고불소산방' 승방 / 왼쪽 '고불소산방, 오른쪽 연기암 미술관 건물


연기암은 국내 최대 문수보살 기도 성지이다.

2008년 만해 스님이 조성한 높이 13m에 달하는 국내 최대 문수보살 상이 있다.

문수보살은 불교 대승보살 가운데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는 이 보살에 대한 신앙이 삼국시대부터 전승되어 왔다고 전해진다.

문수는 문수사리(文殊師利) 또는 문수시리(文殊尸利)의 준말로, 범어 만주 슈리(Manjushri)는 훌륭한 복덕을 지녔다는 뜻이다.

그는 반야지혜 상징인 '반야경'을 결집, 편찬했으며, 세상 모든 부처의 스승이라 불린다.

'반야경'은 부처를 이루는 근본 사상인 지혜를 담고 있다.


연기암 대웅전


               대웅전 오른쪽 측면 / 대웅전 돌계단                         


대웅전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미술관 / 대웅전 왼쪽 기둥 뒤로 보이는 지리산 풍경


대웅전 뒤로 바라보이는 관음전은 신비롭다 못해,  '피안의 세계'에 이르는 '극락 법당'으로 보인다.


연기암 문수전을 돌아 오솔길로 들어선다.

우리 두 사람 외 아무도 없는 호젓한 산길이다.

왼쪽으로 계곡물이 흐르는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관음전에 닿는다.


관음전으로 올라가는 오솔길

천천히 오르다 보면, 관음전이 가까이 보인다.

이제 곧 계곡만 건너면, 관음전이다.

초록 녹음 사이로 보이는 관음전 풍경에 저절로 빠져드는 내 마음.

이 마음 한동안 다시 돌아오지 못하니, 잠시 머물며 그냥 힐링 홀릭된다.


연기암 관음전


관음교를 건너기 전, 왼쪽으로 자그마한 돌무더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사람들이 소원을 담아 올려 둔 작은 돌멩이들도 봄비를 맞아 매끌매끌하다.



봄비를 일부러 살짝 슬쩍 맞으며 걷는 행복한 산책길이다.

기분과 분위기는 최곤데, 남편 '묵'도 나도 보폭을 줄이며 조심스레 걷는다.

미끄러져서 넘어질까 봐. (신발도 등산화가 아니다)

젊은 날엔 웬만해선 넘어지거나 잘 다치지도 않았는데, 최근엔 미끄러지기도 잘하는 넘어지기 선수가 됐다.^^


철 구조물인 관음교가 다리 건너 보이는 관음전 목조건물과 이질적으로 보인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이 머무는 곳에 이런 조합은 싫다!

그러나 아마도 계곡물이 엄청 불어나도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목조 다리는 약할 테고, 시멘트 다리는 이 깊은 계곡에 철 구조물 다리 설치보다 공사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내 눈에 이질적으로 보이는 관음교에 대해 괜히 나 혼자 변호하고 있구나!


관음교


빗물이 얕게 깔린 철판 다리를 건너면, 통통통 소리가 났다.

이질적인 소리였지만, 지리산 자락에서 울리는 특별한 내 발자국 소리라 생각하니 이도 흥미롭다.



제법 요란스럽게 들리는 계곡 물소리가 봄비 소리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룬다.

드디어 오랜 세월이 그대로 묻어나는 목조건물 '관음전'과 마주한다.



계곡을 건너야 이를 수 있는 곳이어서 더 운치 있다.

봄비 젖은 지리산이 관음전과 묵과 나를 온전히 품어준다.

호젓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빠져든다.


관음전에서 내려다보이는 연기암 풍경도 엄청 좋다던데,

오늘은 운무가 드리워져 있으니,  그냥 신비롭고 호젓한 주의 풍경에 빠져든 걸로 만족한다.

봄비와 운무로 사람 세상 풍경은 시야에 다 들어오질 못한다.


관음전에서 바라보이는 연기암 미술관 금탑


'운무 드리워진 지리산 풍경'을 고즈넉한 암자에서 마주해보지 않는 사람은 얼마나 매력적인 풍광인지 다 느끼지 못하리! 이 고적한 풍경,  참 곱다.

그래서 섬진강 줄기 못 보고 내려가도 아쉽지 않다.


내려갈 때도, 오를 때 멍 때리던 같은 장소에서 잠시 또 머물렀다는.


운무에 쌓인 지리산에 안겨, 관음전과 연기암 둘러보는 곳곳마다 잠시 멍하게 있던 순간들이야말로 지상과 천상계를 오르내리던 느낌이었달까!

'지리산 멍', '운무(雲霧) 멍'을 생전 처음 입 밖으로 소리 내 속삭여 보았다.

봄비 내리는 이런 날 관음전과 연기암에 오르면, 맑아진 영혼이 저절로 지리산과 운무 속을 들고나더라.

세상사 아쉬움 다 접고 나니, 삶이 어찌나 여유롭게 느껴지던지!

구례 섬진강 줄기는 직접 가서 보기로 하니, 생각조차 여유롭다.



하산 길, 우리는 연기암 대웅전 앞뜰에 서서 운무에 쌓인 신비한 지리산 자락에 다시 풍덩 빠져들었다.



대웅전 앞뜰에서 바라본 하산 길 풍경 /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다시 올려다 보게되는 돌탑들



체력이 더 노쇠해지기 전, 두발로 걸어서 올라가고 싶은 연기암이다.

드라이브만 좋아했던 몇 시간 전 나는 간 곳 없다.

'묵'이 아직 짓고 있는 인생 이모작 일을 끝내면, 함께 유유자적 두 발로 걸으며 즐기고 싶다.

그날이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건강이 허락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제 섬진강 대나무 숲길로 향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LmNCvg3Ar1Y&t=7s

지리산 '연기암'에서 산 멍, 운무(雲霧) 멍에 취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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