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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Jan 09. 2022

화엄사 지리산 자락에서 귀 열리고 마음 정화되던 날!

봄 비 내리던 날, 세상 품어 안은 듯한 지리산의 넉넉한 품에 빠져든다.


'민족의 영산 지리 산문'

'화엄사'로 향하는 길. '민족의 영산 지리 산문'이 보인다.


'반야교' 건너 주차장 도착. 

차에서 내리자 발아래 보라색 들꽃이, 곁에 철쭉이 함께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화엄사는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에 있는 법당이다.

어젯밤부터 내리고 있는 봄비로 주차장에서 바라본 지리산 운무와 반야교 아래로 흐르는 골짜기 물길이 예사롭지 않다.


불교와 사찰은 천년을 훌쩍 넘게 이어 내려온 우리 문화유산이다.

불교 정서는 한국인 마음속 어딘가, 한 끝자락이라도  닿아있지 않을까!

우리가 유럽 중세 성당에 감탄하고 흠모(?) 하는 마음이 우리 고찰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도 아쉽다. 

나는 기독교 신자도 불교 신자도 아니지만, 우리 사찰과 유럽 중세 성당을 같은 마음으로 감탄하며 바라보게 된다. 

그 무엇도 우리 것(유구한 문화가 담긴)을 뛰어넘을 순 없다. 


'일주문'에서 '금강문'까지 가는 길 -  '법구경'에 나오는 불견, 불문, 불언 뜻을 되새긴다.



불견(不見)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남이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려 하지 말라.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살펴야 한다. 


불문(不聞) 

산 위의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다. 


불언(不言) 

나쁜 말을 하지 말라.

험한 말은 필경에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

악담은 돌고 돌아 고통을 품고 끝내는 나에게 되돌아오니

항상 옳은 말을 익혀야 한다. 


천왕문

금강문 들어서기 전, 왼쪽 종무소 '책 육당'과 오른쪽으로 '성보 박물관'이 보이고, '천왕문' 입구 왼쪽으로 '만월당', 오른쪽으로 '청풍당'이 있다. 


천년사찰 화엄사는 아름다운 풍광뿐 아니라, 귀중한 문화재도 다수 품고 있다. 

화엄사는 신라 진흥왕 5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했다.

새삼스레 내 작은 두발이 그 유구한 세월을 딛고 서 있다는 행복한 착각에 빠져든다. 


화엄사 법고와 범종은 유명하다. 

종각과 '법고루(樓)'는 '보제루' 좌우에 있다.

법고는 아침저녁 예불 법 식을 거행할 때 두드리는 큰 북이다. 

범종은 시간을 알리거나, 사람들을 모이게 할 때 울리는 커다란 종이고. 

이 신비로운 울림을 직접 듣고 가진 못하지만, 봄비 내리는 산사에서 법고와 범종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귀가 열리고 마음이 정화되는 중이다. 


종각과 '보제루' /  '법고루'


화엄사 대웅전은 조선 인조 때 건립, 현존하는 화엄사 당우(堂宇)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36년(인조 14) 벽암 대사가 재건했다.


구례 화엄사 대웅전 (보물 299호)


화엄사 대웅전, 화엄사 동 오층 석탑 (보물 132호) / 괘불 지주, 화엄사 서 오층 석탑 (보물 133호)


https://www.youtube.com/watch?v=eeSWQbvZiCM&t=29s

구례 화엄사 각황전과 대웅전


각황전과 석등

화엄사는 문무왕 때 의상이 왕명을 받아 청석(靑石)에 '화엄경'을 새겨두었다고 전한다. 

이곳에는 국보 제67호인 '각황전', 

국보 제12호로 지정된 동양 최대 석등인 '각황전 앞 석등', 

국보 제35호, 연기조사가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효대(孝臺)라는 높은 언덕에 세웠다고 알려진 '사사자 3층 석탑'(현재 보수공사 중) 등 귀한 문화재가 곳곳에 남아있다.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국보 12호), 각황전(국보 67호) / 화엄사 원통전, 원통전 앞 사자탑(보물 300호)                                     
각황전 처마의 아름다운 곡선


선등선원


화엄사 홍매화 짙은 초록 잎이 봄비에 젖어 촉촉하다.

화엄사 홍매화 붉은 꽃은 지난 3월에 절정을 이뤘다. 내가 직접 마주하지 못했어도.

이곳 홍매화는 색깔이 짙어 흑 매화라고도 불린다.

지금은 무성한 초록 잎으로 내년 절정 시기를 다시 기다리는 중! 

기다림 조차 아름다운 홍매화 나무 곁을 지나치는 것으로도 마음에 위로가 된다. 


길 기도 하고 짧은 듯도 한 내 인생에서 어떤 막연한 기다림도, 안타깝거나 그립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과정이 소중하고 귀하고 아름답다. 

내 인생도 홍매화처럼 피고 지며, 기다림을 되풀이한다. 

그러나 홍매화보다 더 빨리 지고, 더 일찍 영원 속으로 사라져 가겠지.


홍매화 나무 / '나한전' 왼쪽 앞으로 홍매화 나무줄기와 잎이 보인다.


대웅전 뒤뜰을 호젓하게 거닐다, 다시 각황전 앞마당으로 내려간다. 

화엄사 대웅전 뒤뜰 풍경


구례 화엄사 대웅전 뒤뜰과 대나무 숲 길, 힐링 산책!



각황전을 오른쪽에 두고,  보수 중인 사사자 삼층석탑(국보 35호)으로 향하는 '효대'로 오르기 위해 계단을 밟는다. (연기조사가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효대(孝臺)라는 높은 언덕에 사사자 삼층석탑을 세움)



길지 않은 호젓한 계단길이었지만, 막상 다 올라서니, 보수공사 중이어서 마땅히 서서 둘러볼 곳도 없다. 

봄비 젖은 미끄러운 계단으론 오가는 사람도 없고.

 


계단 곁으로 흰 꽃이 고운 얼굴을 봄비로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잠시 멈춰 서서 그 맑고 작은 흰 얼굴에, 

속세의 때가 팍팍 묻은 내 지친 얼굴을 닿을 듯 들이밀고 눈 맞춤했다. 

나는 행복하고 좋았는데, 저 고운 흰 꽃의 마음은 모르겠다. 


비 내리는 산사는 더 운치가 있다. 

운무가 지리산 자락을 휘감고 있으니, 신비로움까지 봄비처럼 내린다. 

천년 사찰의 고즈넉함과 하늘 아래 온 세상 품어 안은 듯한 지리산 넉넉한 품에 그대로 빠져든다. 




이제, 지리산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연기암으로 향한다.

화엄사에서 연기암까지 2Km 숲길은 등산 코스로도 유명한 아름다운 길이다. 

우린 시간이 여유롭지 못하니, 봄비를 가르며 자동차로 오른다. 


* 오늘 '미세먼지 나쁨, 초미세 먼지 매우 나쁨'인 날씨. 

불현듯 생각난 초록 녹음과 싱그러운 공기, 2021년 6월 6일 봄비 내리던 지리산 여행 스케치에서 날아온 화엄사 풍경사진과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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