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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Dec 25. 2021

3년 전, 빛고을 원도심과 양림동 옛건물 여행 스케치!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ACC뷔페식당 숲, 양림동 수피아홀과 호랑가시나무


2018. 11. 20(금), 국립 아시아 문화의 전당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ACC) 애니메이션                                

https://www.acc.go.kr/main/index.do



점심식사는 레스토랑 ACC에서 한식 뷔페로 즐겼다.  

ACC직원 식당이기도 한 이곳은 널찍하고 깨끗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찬 맛이 저절로 엄지 척, 최고였다는 것.

지금 기억으로 당시엔 5천 원 /1인이었던 것 같다. 기억이 확실치 않으나 가성비 최고였던 건 확실하다. 지금도 맛있겠지!

아니 코로나 팬데믹 시대로 전환됐으니, 제대로 운영하는지 궁금하다.

혹 방문하실 분은 미리 전화로 문의해 보실 것. 062) 710-8998

이날 메뉴는 백미밥, 미역국, 소불고기, 버섯볶음, 튀김 만두, 양상추 샐러드, 배추김치, 모둠 야채, 과일 등으로 푸짐했다.

 



지하 3층까지 들어오는 하늘과 햇살

자연광은 옥상정원에서 광장으로의 연결을 유도한다.

이곳이 지하 3층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낮에는 ACC 건물 내 다양한 공간에 자연광을 가져다주고, 저녁엔 채광 정이 '크리스털'로 바뀐다.

건물 내부에서부터 부드러운 불빛이 정원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채광 정은 특수한 이중 덮개 박판 유리로 낮에는 자연광을 반사하여 아래로 비추게 하고, 밤엔 내부 투광기로부터 나오는 빛을 확산시킨다.


백승우 작,  2017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반복되는 일상의 주기를 올드 팝송에서 빌려온 텍스트로 재구성했다.

이 구조물은 일정한 주기와 속도로 무한하게 회전하는 작품이다.


울리어드 포프 작 <비트. 폴>

<비트. 폴>은 정보 과잉 시대, 정보의 태어남과 사라짐을 상징한다. (작품에서는 계속 물줄기가 흘러내리는데, 사진에서는 잘 나타나질 않는다.)

작품의 물줄기가 만들어 내는 '텍스트'는 지금 이 순간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생성되고 사라져 버리는 숱한 정보들, 이 작품은 이런 정보 과잉을 상징한다.


정성껏 우려낸 녹차도 대접받고...




ACC 건물이 바라보이는 이곳은 4층이자, 지상이다.                                           


4층엔 고려 시대 양주 읍성 일부도 남아있다.


ACC 건물에서 보면 4층 옥상이나, 올라서면 지상으로 이어진다.                                           


옛 전남도 청사와 광주 구 원도심 금남로, 5월의 길


옛 전남도 청사, 5.18 민주평화기념 3관, 오월 길, 광주 전일빌딩, 상무관 애니메이션


2018년 11월 20일 당시, 덩그러니 오월 길을 지키고 있는 옛 전남도 청사가 허전하고 쓸쓸해 보였다.

도청사가 떠난 자리를, 멋들어진 초현대식 ACC 건물이 대신하고 있지만,

광주 원도심권으로 불리는 금남로 상권은 이방인이 보기에도 활기가 줄어든 모습이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시, 광주시민과 전라남도민이 집결했던 역사적인 곳에 서니 30여 년 지난 세월이 무상하다.  

그 당시 아픔을 곳곳에 흔적(총탄 자국으로 얼룩진 전일빌딩, 시체로 뒤덮였던 상무관, 광장 분수대)으로 간직하고 있는 거리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날의 함성과 시민들 발길과 숱한 이야기로 넘쳐나던 금남로 거리, 지금은 한적하기만 하다.

잠시, 균형 발전의 또 다른 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광주는 1986년 직할시로 승격, 2005년까지 전남도청 소재지였다.

전남도청은 왠지 광주에 있어야 할 것만 같은데, 아쉽다.

전남도청은 무안군 남악 신도시에 있다.

93년 5월, 광주 금남로 청사를 5·18 기념공원으로 조성하고, 신 도청을 전남도 관내로 이전한다는 정부 방침 발표에 따른 것이었다.



동명동 유서 깊은 건물과 양림산 산책길  스케치


수피아 여고는 1908년 4월 전남 기독교 선교 창시자인 유진벨(Bell, E.)이 설립, 개교했다.

미국 남 장로교 선교사들은, 1905년 광주에 교회를 설립, 교인 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해 1907년에 3명의 여학생에게 읽기·쓰기·셈하기 등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듬해 대한제국 승인을 받아 정식 개교, 그레이엄이 초대 교장으로 취임했다.

1911년 미국인 스턴스 여동생인 스피어(Speer)를 기념하기 위한 기부금으로 3층 교사(Speer Hall)를 건립, 교명을 수피아 여학교로 했다.


수피아 교정에 있는 커티스 메모리 홀                                

커티스 메모리 홀 수피아 여학교를 설립한 유진벨 선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기념관이다. 1925년, 등록문화재 제159호로 등록. 기념관 입구 오른쪽으로 키 작은 호랑가시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수피아 홀

수피아 홀 1911년 건립한 3층 회색 벽돌 건물이다. 등록문화재 제158호.

수피아 여학교 최초 교사동이자 수피아여학교 교명 시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학생들이 노랫소리와 피아노 반주 소리가 잔잔하게 들린다. 기도실도 보인다.


수피아 홀 2층



호랑가시나무 언덕(양림산)으로 오르니, 그 유명한 '양림동 호랑가시나무'가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양림동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나무 바로 뒤쪽으로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아트 폴리곤이 있다.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호랑가시나무와 아트 폴리곤 화랑(전시실) 앞

호랑가시나무는 감탕나무 과에 속한다.

변산반도 남쪽 따뜻한 지방에서만 자란다.

나뭇잎은 두껍고 윤이 나며, 각이 진 곳에는 가시가 달려 있다.

꽃은 4,5월에 피고 9,10월에는 붉은 열매가 익어, 한 겨울에도 그 선명한 빛을 간직한다.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의 높이는 6m, 뿌리 부분 둘레 1.2m, 수령은 400년 정도이다.

특히, 이 수종에서는 보기 드물게 큰 나무다.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아트 폴리곤에서는 젊은 작가 박이슬 <감정의 질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세상 모든 물체는 질감을 갖고 있다.

감정도 부드러움, 딱딱함, 날카로움 등 사람마다 각각 차이가 드러난다.

감정 'Feeling'은 만져서 촉감으로 감지한다는 'Felen'에서 왔다.

작가가 느낀 '감정의 질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 속에 잠시 머문다.

함께 느껴지는 감정에 공감하고, 다르게 느껴지는 감정엔 객관적인 시선이 머문다.


아트 폴리곤 전시실과 작품들, 애니메이션

아트 폴리곤 내부, 작품 <초대>, <점점...>, <땀>, <감정선>, <마음의 덩어리> 등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감상하고 나선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양림산 기슭에 동향으로 세워진  2층 벽돌 건물이다.

광주에 현존하는 양식 주택으로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미국인  선교사 우일선(Wilson)에 의해 1920년대에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현재 내부를 개조하여 대한예수교 장로회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 근대 건축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귀중한 자료이다.


미국 남 장로교 선교사들은 1900년대 초 유림 세력이 강했던 나주 대신 광주 양림동에 정착했다.

광주는 경제적으로 5대 부자가 모여 살고 있는 여유로운 곳이었고, 유럽 유학길에 오른 이도 있어 교육열이 높은 곳이어서 새로운 문화가 깃들기 좋은 조건이었다.

유진벨과 오웬을 시작으로 윌슨, 포사이드, 서서평 등 양림동에 터 잡은 선교사들은 근대 문물과 서양 교육을 전파했다.



낙엽 쌓인 계단을 밟는다.

호랑 나무 가시나무 언덕 위로 오르다 보면, 선교사 묘역이 보인다.

오웬 등 23명 선교사와 21명 가족이 묻힌 묘역이 위로 날리는 낙엽을 휘날린다.

이국 땅에서 그들이 펼치고자 했던 사명감, 사랑과 희생정신이 오래도록 빛바래지 않길 바란다.



선교사 묘역에서 호남신학대학교 교정을 가로질러  정문으로 간다.

정문 맞은편으로 사직공원 전망대가 올려다 보인다.


광주 도심과 무등산이 보이는 사직공원 언덕 위 전망대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가면, 곧 전망대에 닿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른다.

양림동과 광주 시가지, 무등산, 무등산 아래 조선대학교 본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아래층에는 광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도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다본 무등산과 광주 시가지                                



사직공원에서 내려오는 길, 가을밤 어둠이 서서히 깃들기 시작한다.

'소심당' 조아라 기념관 문은 굳게 닫혀 있다.



광주의 어머니 '素心堂' 조아라 선생 기념관이다.

조아라 선생은 기독교와 민주화운동 및 여성 복지 향상을 위해 힘썼다.

사랑, 정의, 평화, 봉사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선생의 유물 및 기록물을 전시하고 있다.



유진벨 선교기념관은 아직 불을 밝히고 있어, 재빨리 들어갔다 나왔다.

1층 전시실, 광주 전남지역 선교 아버지라 불리는 유진벨 발자취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지하는 양림동 선교사들을 기리는 공간으로,

선교사들이 사용하던 의료 기구와 도서 자료가 전시되어있다.

영상 자료실도 있지만, 오늘은 이미 시계가 18시를 가리키고 있어 아쉽지만 발길을 돌린다.  

유진벨은 미국 남장로 교회 선교사 (1868-1925년). 한국명 배유지.

1895년 4월 한국에 도착, 광주와 목포에서 복음을 전하고, 20여 개의 교회를 개척했다.

광주 수피아여고, 숭일학교와 목표 정명학교, 영흥 학교를 세웠고, 광주 기독병원도 설립했다.

사위인 윌리엄 린튼 선교사는 1912년 군산에 도착, 전주 기전여고와 신흥고 교장을 지내며 교육사업에 헌신했다. 그는 신사 참배 거부로 출국당하나, 광복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20일 오후, 21일 오전 동안 양림동에서 근대역사문화 시간여행을 마쳤다.

다양한 근대 건축물, 굴곡진 역사, 이국인들의 선교활동, 호랑가시나무 언덕, 여기에 더해 양림 살롱과 펭귄마을 이야기까지 여유롭게 돌아본 길이 굽이 굽이 우리의 근대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이제 빛고을 광주 스케치는 다시 최근(2021. 12. 12)으로 잇는다. 무등산 원효사에서 숲바람과 풍경소리에 취하면 어찌나 행복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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