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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Mar 22. 2023

썩은 이가 어때서

재미있으면 일단 Go!

순진무구한 아기 돼지를 집요하게 쫒는 늑대가 있다.

아기 돼지가 코너만 돌면 한 입에 먹을 수 있도록, 늑대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아기 돼지는 방향을 틀어, 스스로 위기를 모면한 줄도 모르게 목숨을 구한다.

놀이터에서는 새치기한 불량 돼지 덕분에 살아나고,

동네 상점에선 거스름돈 챙겨가라고 불러준 덕분에, 늑대는 헛물만 켜고 만신창이가 된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오는 단어가 바로 책 제목이다.

Suddenly


그런데, 이 단어가 아이들에겐 '썩은 이'로 들렸나 보다. 신랑이 읽어줘도 그렇고, 영상을 봐도 그렇다. 아이들은 '썩은 이'래 하며 낄낄 거렸다. 한 아이가 웃으니, 나머지도 따라 하며 썩은 이를 반복했다. 스토리보다는 이 단어가 나올 때만을 기다려... 썩은 이... 하고 재미있어했다.


Suddenly? 썩은 이? All by myself 오빠 만세에에...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걸. 

그럼...썩은 이로 들릴 수도 있지... 

어디 가도 suddenly는 잊지 않고 잘 기억하겠군.


혹시 아이들이 단어를 듣고 장난을 친다면, 너무 심각하게 반응하지 마시길.

썩은 이로 기억은 할지언정... 썩은 이로 고집스럽게 읽지는 않는다.

알면서 장난치는 것에 굳이 정색하고 찬 물을 끼얹을 이유는 없다.


책을 읽어주려고 할 때마다 poo 만 외치는 아들을 위해, 신랑은 단어 사이사이 poo를 끼워 넣었다.


흔들리는 이빨은 wobbly poo 가 되고, (Kipper는 결국 그네에 맞고 똥을 삼켰다는... disgusting!!)

흐르는 시냇물은 poo water로 더럽혀졌지만, (Kipper의 곰인형이 똥물에 빠지고 말았다는...)

난장판이 된 스토리에 자지러지던 아들은 한 번 더를 외친다.


문해력.

Suddenly 할 수 없는 일이니,

지금부터 조금씩... please.


https://www.youtube.com/watch?v=30Rl-sDNPKk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 것 같았던 아기 돼지는, 오늘 하루종일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닌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엄마에게 고백한다.

설거지하고 있는 엄마 돼지의 뒷모습이 어쩐지 조금 수상하긴 한데… 아기 돼지는 마지막까지 안전할까.


늑대가 돼지를 잡아먹는 구조의 책이 많기는 한데, 돼지한테 당하는 늑대 이야기도 만만치 않게 많다. 1994년 출간이니, Suddenly 가 세상에 나온 지도 근 삼십 년이 되어간다. 새로 나오는 책들도 많지만, 오래도록 사랑받는 책도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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