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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May 04. 2023

선물 줄까 놀아줄까

어린이날 이브

어젯밤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든 아들. 결국 아침에 일어나질 못하고 유치원 등원 차량을 놓쳐 버렸다. 덕분에 차로 십여분 거리에 있는 유치원을 가면서 <이현우의 음악앨범>을 들었다. 매력적인 중저음 목소리로, 어린이날을 맞아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사연을 들려주었다.


사연인즉슨, 어린이들은 선물이나 용돈보다 같이 놀자는 말을 제일 듣고 싶어 한다고 하니,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이 말을 한 번 써보라는 것이었다. 이에, 우리의 멋진 DJ님, 뭉클하면서 희소식이라며 설문결과를 환영했다.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신통한 마술 같은 한 마디, '같이 놀자'. 뒷좌석에 앉아 있던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아, 선물 줄까 놀아줄까?'

'놀아줘'


오. 선물의 뜻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주저 없이 놀아달라는 선택이 아이답다.

(저녁에, 어린이날 뭐 해줄까 묻는 이모에게 아들은 장난감 많이 많이 주문해 달라고 했다. 아들아 넌 계획이 다 있었구나.)


한 청취자는, 집에서 함께 라디오를 듣던 열 살 아들이 선물 대신 '같이 놀자'가 더 좋다는 사연에, '뭔 소리야'라고 했다며... 본인의 집엔 안 통할 거 같다고 했다. 아마도,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고,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며, 지칠 때까지 함께 놀고 웃을 수 있다면, 나름 성공적인 어린이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비가 예고된 어린이날이다. 궂은 날씨로 행여나 뾰로통해진 아이들이 있다면... Pete's 아빠가 시범을 보여주는 피자놀이 한 판 어떨까. 아이를 반죽 삼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보며, 아이를 눕혀놓고 토핑도 뿌려보고. Pete는 좋아라 했는데... 우리 아이들한테도 먹힐까? 안 먹힐까? (다섯 살배기 아들에겐 통했었다. 다만, 아들은 지치지 않는 반죽이라... 녀석의 아빠가 먼저 널브러진 기억이 있다.) 어찌 되었든 아이들은 가족과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하니... 모두 모두 즐거운 어린이날 되시기 바랍니다.


<PETE'S A PIZZA> by William Steig

https://www.youtube.com/watch?v=h0Z45lx_8AU

브런치에 글을 쓰려 설문조사를 다시 찾아보았다. 아침 사연에는 정보가 살짝 뒤섞여 전달이 된 듯하다. 사연의 배경이 된 설문을 간단히 남겨본다.

충남 교육청이 2579명의 2-6학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어린이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뭔지... 어린이날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뭔지...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듣고 싶은 따뜻한 한마디는 뭔지…등등.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하는 나들이를 어린이날 제일의 활동으로 꼽았다고 한다. 무려 46.1%는 가장 행복한 순간을 가족과 함께 있을 때라고 대답했고, '사랑해'(37.8%) 란 말이 부모님께 듣고 싶은 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친구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같이 놀자'였다.(40.2%). 어린이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전자 기기나 용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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