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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그램 Dec 21. 2018

조선시대에는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비쌌다?

돼지와 돼지고기의 역사 - 제3화, 조선 시대의 돼지 1편




조선시대의 돼지



 17세기 이후 양돈에서 특징적인 것은 돼지고르기를 한 것, 그리고 돼지우리 구조를 합리화하였으며 사양방법을 현저히 발전시킨 것이다.


1) 돼지고르기
『고사신서』 목양문 양저조에는 어미돼지를 주둥이가 짧고 부드러운 털이 없는 것을 고른다고 하였다. 그 당시 돼지고르기에서는 주둥이가 짧고 콧구멍이 크고 입이 넓은 것을 골라 종자돼지로 이용하였다. 이 돼지고르기 지표들은 지금도 돼지고르기에 적용되고 있다.


2) 돼지사양관리

『산림경제』 목양 편 양저조에는 "새끼 때에는 구유를 길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구유의 길이를 적당히 하여 먹이 낭비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돼지우리는 작게 만들었으며 지붕도 조그마하게 덮어 주어 비눈물이나 막게 하였다.『고사 신서』 목양문 양저조에는 "봄과 여름에 풀이 날 때 때때로 놓아 먹이면 겨나 다른 먹이는 하루에 한 번만 주어도 된다. 8∼9월에는 놓아 먹이고 사료는 조금씩 준다"라고 하였다. 잡식성 동물인 돼지는 풀을 매우 좋아할 뿐 아니라 그것을 잘 소화시킨다. 여름철에 돼지를 풀밭에 놓아 먹이면 건먹이를 절약하면서도 살을 더 많이 찌울 수 있다. 그 당시 양돈에서 돼지가 좋아하고 영양가가 높은 풀과 미량원소, 광물질 원소들을 먹었으며 살찌우는 돼지를 컴컴한 데서 기르는 방법을 적용하였다.『산림경제』에서는 "비름 같은 것을 삶아서 국물째로 먹이며 뜨물이나 찌꺼기물에 흙을 타서 먹여도 좋다 “고 하였다. 비름은 돼지풀이라고도 할 만치 돼지가 즐겨 먹는다. 흙을 돼지에 먹이라는 것은 거기에 광물질 원소, 미량원소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진흙에는 철분이 5∼10% 포함되어 있고 동, 아연, 망간 등 돼지에게 필요한 6가지 미량원소가 다 포함되어 있다. 진흙을 돼지가 먹으면 미량원소 첨가제를 먹인 만큼 더 잘 큰다. 미량원소를 돼지에 먹이면 115∼117% 정도 더 크는데 진흙을 먹였을 때에도 이런 정도의 성장률을 보장한다.




선조들은 돼지를 잘 키우기 위해 미량원소들을 먹여야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았을까?




 조선시대에 이러한 방법이 그 당시에 광범히 적용된 것은 조선시대 양돈 방법이 일정한 수준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젖먹이의 경우, 어미돼지는 하루 4∼5㎏의 젖을 새끼에 먹여야 하므로 젖 생산을 위한 고단백, 고에너지 먹이를 먹어야 한다. 그러므로 『산림경제』 목양 편 양저조에는 "새끼를 갓 낳은 어미돼지에게는 곡식으로 죽을 쑤어 먹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새끼돼지 불치기도 하였는데 『산림경제』에서는 "60일 만에는 새끼의 불을 치줄 것이니 불을 치면 뼈는 가늘고 살이 많아진다"라고 하였다. 종자 수퇘지로 쓰지 않을 새끼돼지를 60 날 나이를 전후하여 불을 치면 동화작용이 우세하여 기름 축적 능력이 강화된다. 이러한 원리에 기초하여 조선시대 양돈에서는 돼지 불치기가 이미 오래전부터 적용되어 왔으며 그 원리까지 해설하였다.


 [태종실록] 17년(1417년) 윤 5월 80 일조에는 “명나라 황제가 조선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 조선 사신에게 쇠고기와 양고기를 공급하라고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조선에서는 돼지를 많이 기르지도 않았다. 1488년 조선을 방문했던 명나라 사신 동월(董越)이 쓴 [조선부(朝鮮賦)]에는 “조선에서는 집에서 돼지를 기르지 않으며, 목축에는 염소를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말을 부리는 사람은 있으나, 소를 부리는 사람은 적다.”라고 할 정도였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돼지는 소, 양과 함께 3대 희생(犧牲) 제물이었기에, 전국에서 길러졌다. 돼지고기는 종묘(宗廟)와 사직(社稷) 등 여러 제사에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신 접대를 위해서도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조선시대 유일의 여성 실학자인 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 1759〜1824)가 쓴 생활 경제 백과사전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돼지고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야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돼지고기는 본디 힘줄이 없으니 몹시 차고 풍병(風病)을 일으키며 회충(蛔蟲)의 해를 끼치니, 풍병(風病)이 있는 사람과 어린아이는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쇠고기와 같이 먹으면 뱃속에 벌레가 생기고, 생강과 같이 음식을 만드는 것은 삼가할 것이며, 붕어, 양의 간 등과는 같이 먹지 말라.”


 [규합총서]에는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로 찜과 굽기, 돼지가죽 요리 정도만 소개되어 있으며, 돼지 키우기는 아예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다. 돼지를 키우는 농가도 적었고, 돼지고기 소비도 많지 않았기에 요리도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선시대에 돼지 키우기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비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돼지를 1kg 찌우는 데는 4.4kg 정도의 사료가 필요하다. 소는 1kg 찌우는데 7.5kg 정도의 사료가 필요하지만, 소는 고기보다는 농사에 필요한 일꾼이었기 때문에 돼지보다 키우는데 경제적이었다.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차라리 닭이 나았다. 해동역사에 조선시대 고깃값이 나오는데 소고기 한 근에 7-8푼, 돼지고기는 1전 2푼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70% 이상 비쌌다.

 <조선왕조실록> 태종 18년(1418년) 8월 1일(음력)의 기록이다. 제목은 '원단 보사제를 행하다'이다. "(전략) 이것이 하늘(天)에 제사 지내는 것이니, 그 예(禮)가 작지 않습니다. (중략) 돼지(豚)가 살찌지 않으니, 거의 하늘을 섬기는 뜻이 없습니다." 태종실록에도 명나라 황제가 '조선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즐기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성협의 '고기굽기'. 그들이 굽고 있는 고기는 무슨 고기였을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정부인 안동 장 씨가 쓴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는 돼지고기 요리법이 나온다. '가제육(家豬肉)' '야제육(野豬肉)'이라고 표현했다. '저'가 멧돼지라면 '가제육'은 멧돼지 새끼를 집에서 길렀다는 뜻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집돼지, 사육 돼지가 따로 있었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어쨌든 야생과 집에서 기른 고기와 조리법도 달랐음을 알 수 있다. <음식디미방>에는 개고기(狗肉, 구육)에 관해서는 10여 종류의 요리법이 나온다. 돼지고기 요리법은 2∼3가지에 불과하다. 돼지보다는 개고기가 보편적인, 상식(常食)의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구이에 관한 기록은 조선 중기 대제학을 지닌 서유구가 전원생활의 지식과 기술에 대해 정리한 '임원경제지(임원십육지)'에 비계가 없는 돼지고기를 화로에 양념에 발라 구워 먹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유구의 처형이면서 여성 실학자였던 빙허각 이씨가 정리한 규합총서 에는 기름장을 바른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다. 빙허각은 이를 중국식 돼지고기 구이라 했다. 서민들은 국으로 끓여서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었다.



by 고기박사 김태경



참고 자료


한국과학사, 김일성대학 역사학부

신라 왕조실록, 한국인물사 연구원 지음 

식생활과 문화, 이성우

한국의 생활사 : 우리 역사 속 돼지 김용만 | 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

http://www.bettertomorrow.or.kr/official.php/home/info/1938

이야기가 있는 맛집 황광해 2015.4.4. 데일리 한국

http://daily.hankooki.com/lpage/life/201504/dh20150404070152138910.htm

돼지의 맛 뉴스Q2017.7.13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3/2017070302172.html

한국사콘텐츠 고려도경 

http://contents.koreanhistory.or.kr/id/R0006    

한우마당

http://www.ihanwoo.kr

[네이버 지식백과] 방자구이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황광해의 역사 속 한식] 돼지고기 황광해 donga.com 

http://news.donga.com/more22/3/all/20151222/755081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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