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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스미미 Jan 29. 2024

이해를 바라지 않습니다.

같은 공연을 세 번씩이나 간다고?

“같은 공연을 세 번씩이나 가? 티켓값… 비싸지 않아…?”


 내가 선우정아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걸 아는 그였지만 올콘을 한다는 나의 말에 돌아온 답변이었다. ‘뭘 그렇게까지 하냐. 돈 많냐’ 라는 표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남들 명품사고 골프치고 그러는 돈으로 난 이거 해” 라며 정색을 했다.


 정규 3집 발매기념 콘서트는 총 세 번에 걸쳐 열렸다. 돈도 돈이지만 모든 공연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들 다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앉을 한 자리가 있냐 없냐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명 아이돌만큼의 난이도는 아니었지만 대중에게 알려지고 지명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선우정아 공연도 티켓팅이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였다.


정규 3집 발매기념 공연 포스터


 주변 지인들에게 알려지기로 나는 티켓팅계의 마이너스손이었다. 십 수년동안 공연을 다녔지만 내 손으로 티켓팅에 성공한 공연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까 말까였다. 티켓팅을 실패하면 공연을 못 가는 것이 응당 당연한 이치였지만 ‘실패’라는 선택지는 다른 공연은 몰라도 최소 선우정아 공연에서는 있을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를 도와주는 덕질메이트들이 있다. 덕질 행위를 구구절절 공감하는 몇몇 친구(=동지)들 덕분에 나는 늘 올콘을 할 수 있었다.


 이토록 어렵게 어렵게 비싼 돈 들여가며 왜 같은 공연을 여러 번 가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관객이 다르잖아! 분위기가 다르잖아!!! 매일매일이 다른 공기잖아!!!!!" 라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이해시키려 몇 번 시도 해 보았지만 설명으로 이해될 영역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덕질을 잘 모르는군. 안타까운 머글이여…’ 라며 혼자 중얼거려 본다. 올콘의 이유와 매력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평생 모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콘의 이유를 설파해보자면 우선, 어제의 그녀와 오늘의 그녀가 다르다. 같은 곡을 불러도 뿜어나오는 에너지가 다르다. 이는 아티스트의 컨디션에 따라 다를 수도, 관객과의 호흡에서 다를 수도 있다. 또는 첫공이냐 막공이냐에 따라 또 다르다. 첫공은 약간의 긴장감으로, 막공은 다 털어내는 신명나는 분위기로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선우정아 공연의 특징 중 하나인데, 셋 리스트를 매일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한 곡쯤은 완전히 다른 곡을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편곡을 새롭게 하기도 하고, 매일 게스트를 달리 초대해 다양한 호흡으로 듀엣을 하기도 한다. 만약 내가 가지 못한 날의 무대가 역대급이었다면, 무대를 내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뿐인가. 좌석의 위치에 따라, 공연 날 나의 기분에 따라, 좌석의 사람에 따라, 날씨에 따라, 동행인에 따라, 함께하는 팬님들에 따라 각기 다른 공연들이 펼쳐진다. 올콘의 이유를 대자면 수십 가지다. 


 이따금 씩 ‘영화관람 n회차 후기’ 글들이 웹상에 종종 보인다.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은 보편적으로 이해되는 것 같은데 공연은 아직까지 그렇지 않은 듯하다. ‘볼 때마다 해석이 달라지고 보이는 것들이 다르다’라는 지점에서, 공연은 더하면 더 했지 영화보다 덜하지 않다. 같은 영상이 재생되는 것과 살아있는 생명이 움직이는 것이 어찌 같을 수 있단 말인가. 


 “비싼 값을 치르고 이 시간에 오시는 만큼 그에 합당한 또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게 응당 이치다”라고 말하는 선우정아가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런 마인드를 가진 아티스트의 공연을 어찌 한 번만 볼수 있단 말인가. 상상 이상의 것을 늘 보여주는 나의 아티스트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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