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예술가 07
미야자키 하야오 (1941 ~ )
컴퓨터 그래픽을 극도로 싫어했던 고집스러운 애니메이터였다.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창작해 낸 그의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지브리의 거버넌스는 바뀌었지만, 장인정신만큼은 길이길이 남으면 좋겠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지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2024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2003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두 번째 수상작이다. 그의 두 작품은 비영어권 애니메이션 수상작 수와 같다.
그는 태평양 전쟁시절 일본의 전투기 제로센에 들어가는 부품회사를 운영하던 큰 아버지와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생활을 했다. 당시 비행기 꼬리를 조립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릴 적부터 밀리터리 마니아의 자질을 갖췄다. 영화 빨간 돼지의 항공기와 밀리터리 포스는, 그런 경험의 연장선이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만화가보다는 애니메이션 분야로 마음을 정했다. 첫 직장은 토에이 동화였는데, 이후 몇 군데 옮기면서 차츰 애니메이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그가 주도해 1985년에 설립되었다.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그의 모든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브리 뮤지엄은 도쿄 외곽에 2001년 별도로 만들어졌다.
그는 CG를 배제하고, 오직 수작업 애니메이션만 고집한다. 그 때문에 스튜디오 지브리는 많은 흥행작을 냈지만, 막대한 제작비용으로 경영난도 가중되었다. 그의 잦은 은퇴와 복귀 등으로 후계자 양성도 소홀해, 스튜디오 지브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한 다큐를 통해 그의 독특한 고집이 대단했음을, 나는 익히 알고 있다. 2023년에 니혼 TV가 지브리의 지분 42.3%를 인수함에 따라, 미야자키 하야오는 명예회장이 되었다. 그가 장인정신으로 끌어왔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거버넌스가 바뀌었지만, 장편 애니메이션은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나이가 80살이 훌쩍 넘었지만, 다시 아이디어를 들고 나타나 그림을 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의 주요 작품들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2016년 내가 삼성을 나오고, 아들이 대학교에 입학하는 같은 해에 아들과 일본여행을 같이 갔다. 이때 스튜디오 지브리를 방문했는데, 아쉽게 들어가지는 못했다. 한 달 전에 입장권을 예매하지 않으면 입장불가. 말로만 듣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아담한 외관만 보고, 동경의 호텔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