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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포국수 Aug 02. 2024

#8 (관점)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큰 위기의 10년 반복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 큰 위기의 10년 반복설


2007년 1월 내가 금융팀장이던 시기에, 물산의 자금상황은 양호했다. 2006년 삼성플라자(AK플라자) 매각으로, 현금보유 상황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7년 말 IMF 못지않은 금융위기가 또 닥쳤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발단된 문제들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마비시켰다. 이 폭탄은 금융이라는 피를 수혈받는 법인과 개인 모두를, 다시 한번 큰 위기에 빠트렸다.




거대한 금융 쓰나미 앞에서, 기업들의 알몸이 다시 노출되었다. 이때 나는 금융팀장이었고, 실무자 시절의 IMF 때와는 입장이 완전히 달랐다. 내가 해결책을 직접 만들고, 실행을 위해서 온몸을 던져야 했다.


매일 회사의 자금상황을 체크하고, 장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 단기자금은 자금 안정성에 기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리 불문하고 장기채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면, 얼마든지 조달하자는 사내 공감대가 있었다. 2008년에 3년물 회사채를, 천신만고 끝에 발행했다. 회사채 발행 다음날 “건설업종에서 유일하게, 삼성물산이 장기 회사채 발행 성공”이라는 신문 헤드라인을 얻었다.


당시 금융팀 직원들이 회사채 발행에 필사적이었다. 나도 기관투자자들에게 문전 박대를 수없이 받았다. 이와 같은 성과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다. 삼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신용도에 근거한다. 나는 이런 시련들을 마주할 때, 神이 중간중간에 만들어 둔 허들경기처럼 느껴졌다.


근육도 이완과 수축을 반복해야만 발달되고,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기업도 시련 속에서 경쟁력을 배양해야만,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기업이 겪는 상처가 치명적일 수도 있지만, 잘만 극복하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나와 삼성은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두 번의 큰 파고를 무사히 넘었다. 다른 기업들처럼, 그렇게 험한 꼴도 보지 않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크게 방향전환을 해야만 했던, 많은 기업과 개인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2008년 말 회사채를 발행하고, 자금 관련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곳에서 10년 뒤에 다시 만나, 저녁을 하자.” 10년이라는 좌표를 던졌던 것은, 밝은 미래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자 했기 때문이다.


진짜로 그 뒤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10년이 되던 해 나는 삼성을 떠난 상태였지만, 저녁식사 자리를 만들어 같이 했다. 내가 현역으로 계속 있었으면, 직원들에게 그늘이 되어줄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못내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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