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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포국수 Aug 08. 2024

#9 - What is Investment?

Seed for Future

What is Investment? – Seed for Future (투자란 무엇인가? – 미래를 위한 씨앗)


기업의 투자는 미래 양적/질적 성장의 토대가 됩니다. 기업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선제적, 최소한 추세적으로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설비 및 인적투자를 합니다. 주가가 통상 실적의 6개월을 선행한다고 하는데,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은 투자 성과물의 약 3~5년을 앞서 일어납니다.


이번 에세이는 기업투자의 다양한 유형과 의미, 투자 목적, 그리고 감사부서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이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Saving / Investment / Speculation

저축(Saving)과 투자(Investment)의 구분부터 해보죠. 저축은 가입시점에 수익이 확정되고, 원금이 보장되고,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며, 아껴서 돈을 벌겠다는 방식입니다. 투자(쉽게 주식투자에 국한)는 주식을 파는 시점이 되어야 수익이 확정되고, 원금손실도 가능하며, 인플레이션에는 어느 정도 헷지도 가능합니다. 시장에서는 잉여현금을 보유한 회사보다, 적극적인 투자(설비/지분/R&D)를 하는 기업의 경영진에게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합니다.


투자(Investment)와 투기(Speculation)는 생산활동의 유무에 따라 구분됩니다. 투자는 공장, 기계, 건물, 원료, 제품재고 등 생산활동을 위한 자본재의 총량을 유지/증가시키는 활동이죠. 투기는 생산활동과는 관계없이, 이익만을 목적으로 위험부담이 큰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구입하는 것이죠. 투기는 기업의 경영활동에서 철저히 관리되거나, 제한돼야 할 영역입니다. 기업의 투자는 저축/투기와 달리 기업의 미래성장을 위한 Seed입니다.


Warren Buffett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CEO)은 주식투자의 교과서로 불립니다. 그는 미국의 시골도시 오마하에서 햄버거와 코카콜라를 즐기며, 글로벌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90대의 투자 거인입니다. 그와 2시간 런치타임 낙찰을 받기 위해, 수십 억원의 거금을 지불하며 경매에 참여하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입니다.


워런 버핏이 기업 M&A를 할 때 CEO 평가기준은 기업을 100% 소유한 듯 경영하는 사람, 기업이 세상 유일한 자산인 듯 경영하는 사람, 적어도 100년 동안은 팔지 않을 듯이 경영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 3가지 기준으로, CEO의 능력을 간파해 냅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세상에서, 보석 같은 기업과 CEO를 판단해 내는 그는 대단한 투자의 촉을 가졌습니다.


2020년 8월 워런 버핏이 일본 종합상사 5곳에 회사별 지분 5%씩 총 6천억엔을 투자했고, 앞으로 9.9%까지 지분율을 높여 나가겠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종합상사에 근무했던 제 기억과 잃어버린 20년을 잘 극복해 낸 일본 종합상사에 대한 제 생각과 오버랩되어, 그의 투자는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투자할 때 이해할 수 있는 기업, 긍정적인 장기전망, 성실하고 유능한 경영진 3가지를 중시합니다. 지금 에세이를 읽고 있는 분들의 소속 회사가, 과연 워런 버핏이 투자처로 Pick 할 만한 곳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Movie Investment

넷플릭스와 할리우드의 영화제작 방식이 다릅니다. 할리우드는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에 의존하며, 자신들의 글로벌 인지도와 배급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죠. 일종의 High Risk, High Return 방식의 영화사업을 지향합니다. 넷플릭스는 한 편의 영화에 승부를 걸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확보합니다. 넷플릭스의 영화/콘텐츠 투자는 얕게, 넓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새로운 히어로를 지향합니다.


할리우드와 넷플릭스 영화들의 모티브가, 만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화는 영화처럼 막대한 비용을 사전에 투입해, 배우 섭외나 세트 장이나 촬영장비가 필요 없습니다. 오직, 작가의 상상력과 연필/종이만 있으면 됩니다. 이런 가성비 높은 만화 덕분에, 고객으로부터 시장성이 검증된 시나리오 기반의 영화가 탄생되고 있죠. 만화가 영화산업의 Pilot Test Investment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투자를 전제로 사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패션기업들이 시즌 기획상품을 1년 전에 제작해 매장에 깔던 방식은, 이제 구시대적인 유물이 되었죠. Fast Fashion처럼 고객의 반응을 보며,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패션기업만이 살아남게 되었죠. 기업의 투자도 Agile경영이 적용 가능하지, 감사부서는 회사의 비즈니스 형태를 면밀히 리뷰해야 합니다. 부지를 확보하고 신규공장을 신축하는, Green Field 투자방식만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Brown Field 등 투자 대안들을 합리적으로 비교/분석해, 회사가 최적의 투자방식을 적용하는 지도 점검해야 합니다.


Traditional Investment / Next Investment

기업의 투자는 설비투자, 지분투자, R&D투자로 구분되죠. 설비/지분투자는 생산역량의 확보 및 신규사업 진입을 위한 것입니다. R&D투자는 R&D 관련 설비 및 인건비의 포괄적 투자 개념이죠. 기업이 매출의 몇 %를 R&D투자한다는 것은, 인건비와 R&D투자금액을 매출과 대비하는 것이죠. R&D투자에 인건비를 인정해 주는 것은, R&D가 핵심이라는 시장의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죠.


전통적 제조기업은 설비투자 위주로 했습니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고 사업 다각화 필요성에 따라, 제조설비 확충 이외에 Up Stream/Down Stream기업 M&A를 통한 Value Chain 확장형 투자가 일반화되었죠. 설비/지분/R&D 투자 모두가 중요하지만, 이제는 이 3가지의 투자 Portfolio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CEO의 투자 선구안이, 투자의 Fundamental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전통 제조기업이 설비투자를 내부유보나 차입가능 범위 내에서 했다면, 플랫폼 기업들은 다릅니다. 이들은 사업이 적자이고 자체 차입여력이 없더라도 업계 1위 달성을 시장에 어필할 수 있다면, 외부 Funding이 가능해 자금조달 이슈가 없죠. 창업 후 불과 10여 년 만에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발돋움한 셀트리온의 성장 사례를 볼 때, 전통적 제조업체의 투자자금 조달방식과는 크게 달라졌음을 알게 됩니다.


My experience

제가 신입사원일 때 삼성물산은 건설/모직/에버랜드와 합병되기 전의 종합상사였습니다. 우리나라 1호 종합상사로 수출/수입/삼국간 무역업을 하다가, 수익성 및 Biz Model 한계에 부딪히며 변신해야만 했습니다. 수출입 기능의 고도화, 해외 생산 자회사의 투자/운영, 해외현지 개발사업의 발굴, 금융 연계형 글로벌 EPC PJT사업 등 상사 맨들이 신규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죠.


당시 우리의 경쟁회사는 누구인지 이야기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금융기관의 한 분이 “당신의 경쟁회사는 Goldman Sachs.”라는 말을 해주었을 때, 한방 맞은 느낌이 들었죠. 투자는 기업의 사업 정체성 확립 과정이며, 기존 Biz Model의 틀을 넘어서는 레버리지 역할을 합니다. 또한, 임직원들에게 미래 희망과 도전의식을 불태울 수 있는 Seed for Future입니다. 지난 20여 년간 일본 종합상사들이 겨울시기를 극복한 원동력도, 글로벌 사업투자로 정체성을 확립해 가며 성공했기 때문이죠.


저는 금융팀장으로 글로벌 금융도시(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IR활동을 3년간 했습니다. 기관 투자가들은 고유의 투자원칙과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 제가 회사의 미래와 경영성과를 자랑해도, 자신들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습니다. 싱가포르 테마섹(세계 10대 국부펀드) 건물 미팅장소 층에 내렸는데, 할리우드 SF영화 세트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높은 층고의 홀에서 무선 마이크를 갖춘 노년의 여성분이, 우리 팀에게 테마섹의 소개를 우아하게 해 주었죠. 자신들은 Money Hunter가 아니라, 가치투자의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멋지게 전달했던 Performance로 보였습니다.


Consumer Goods Biz. / Construction Biz.

제품과 시장은 달라도 비즈니스 형태는 유사한 방식으로 진화합니다. Seller’s Market 시기에 Scale Merit을 누리던 기업들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변화를 모색했죠. 핵심은 차별화인데, 제품의 차별화 이외에 Biz Model의 차별화와 진화를 추구했습니다.


1960~70년대 우리나라 소비재 제조업체들은 외국 브랜드의 OEM기업으로 제조역량을 축적하다가 ODM기업으로 성장했죠. 이후에는 자체 브랜드를 가지는 OBM, 최근에는 플랫폼 사업형태로 변신한 곳도 있습니다. 기업은 미래 불확실성과 경쟁심화 때문에 투자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제품의 Life Cycle이 갈수록 짧아지고, Paradigm Shift가 언제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죠.


수주산업인 건설업도 가격경쟁 위주의 단순시공 형태였는데 유동적인 수주규모, 고정비 커버 등을 위해 변신했죠. 설계/구매를 직접 수행해 수익성이 있는 EPC(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 턴키사업에 도전했죠. EPC사업을 위해서는 물적/인적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EPC사업도 후발 참여자들의 저가 공세에 밀리자, 안정적 배당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인프라 건설/운영 사업 또는 정부 제안형 사업까지 전개합니다. 도로/철도/항만/공항 같은 인프라사업을, 건설사가 자신의 자금으로 만들고 운영해 투자비 회수 및 이익을 얻는 방식이죠. 인프라 건설/운영에는 Financing역량뿐만 아니라, 사업개발 역량을 위해 사전투자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의 변천과정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실시했던 물적/인적투자, 그리고 차별화의 결과물입니다. 주주들은 현금 부자기업들을 압박합니다. “당신 기업이 미래를 꿈꾸지 않거나 준비하지 않는다면, 당장 우리에게 배당하라.”라고 말이죠.


Next ODM Origin

우리나라는 1960~70년대 OEM수출국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죠. 당시 기업들이 현재도 국내에서 선도적인 ODM/OBM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원가경쟁력 이슈로 저부가 제품부터 중국/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점차 이전했습니다. 현재는 생산기반이 이전된 이들 국가들이, 과거 우리나라처럼 글로벌 제조국가 역할을 담당합니다. 애플의 휴대폰과 나이키의 신발은 기술의 집적도, 부가가치 측면에서 다릅니다. 이제 ODM제품은 더 이상 노동집약적 소비재에만 머물지 않고, 첨단 ICT분야 등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만이 최첨단 ODM시장을 끌어가고 있습니다. 애플은 글로벌 SCM에서 품질관리 및 제조관리를 중시하는데, 대만의 Foxconn이 그 역할을 담당합니다. 대만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최첨단 ODM 국가이고, Foxconn은 핵심 ODM기업입니다. 반도체 메모리 수탁회사(Foundry) 역시 미래형 ODM 제조업의 한 유형인데, 대만 TSMC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1위입니다. 대만은 현재 나이키 ODM 글로벌 1~2위 업체를 보유할 뿐만 아니라, 휴대폰/반도체 등 ODM 특화형 산업구조와 기업집단을 보유한 ODM의 최강국입니다.


대만도 외교군사 여건, 자원부족, 양질의 인력 등 우리와 유사한 환경인데, 우리나라보다 앞선 미래형 ODM산업 포지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노동집약적 제품에서 자본집약적 ODM제품으로 빨리 전환하지 않으면, 미래 제조 강국으로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Investment Inefficiency

거금을 들여 설비투자를 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가동되지 못하고, 먼지가 쌓여가는 설비가 있다면 임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제품 트렌드가 급변해 제품 발주가 줄어,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누가 잘못된 설비도입을 결정했으며, 수주 및 생산차질에 따라 성과급에 나쁜 영향을 주었다고 불평할 공산이 큽니다.


신규설비 도입을 추진할 때 또 관성적으로 검토하고, 기준 미달의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작동되면 부실투자는 지속됩니다. 감사부서는 설비투자 Life Cycle(사전준비/의사결정/설비도입/사후관리 단계)을 들여다보고,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을 권고해야 합니다. 투자실패 및 악순환은 조직의 Moral Hazard와 맞닿아 있습니다. 감사부서는 투자 실패사례를 분석해, 회사가 투자 프로세스를 재정비하도록 해야 합니다.


생산설비는 원재료와는 달리 매출을 위한 일회성 경영요소가 아니며, 게다가 10~20년에 걸쳐 감가상각비로 처리됩니다. 한두 해 수주가 없거나 설비 트러블이 발생해도, 조직원들이 문제점 인식도 못한 채 넘어갈 가능성도 크죠. 설비투자는 반드시 사후평가가 필요합니다. 사후평가를 해야만, 투자실패에 대한 Lesson Learned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기계적인 투자 의사결정, 무관심/방치, 신규투자의 관행적 반복 등 투자의 비효율은 파국의 전주곡이 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지 말고, 문제의 Root Cause를 찾고 해결하는 것이 감사부서의 미션입니다. 투자의 비효율은 한마디로 조직의 이기심, 나태함에 있습니다.


One more thing! – Principles

세계 1위 헷지펀드인 Bridge Water의 Ray Dallio 회장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체득한 212개의 원칙을 전 직원에게 알렸으며, 책으로도 발간했습니다. 조직은 문화와 사람이라는 두 개의 중요한 물품으로 구성된 기계이며, 상호 간에 영향을 준다고 그는 말했죠.


어떤 사람이 누군가에게 원칙주의자라고 말할 때에는, 다분히 Metaphor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의 강점에 대한 칭찬과 함께, 단점도 슬쩍 암시하는 표현이죠. 우리는 Standard가 주는 긍정적인 효율성, 원칙이 주는 합리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학문이나 법률이든지 총론의 정신이 각론에 전수되듯이, 원칙은 중요합니다.


경영자의 관점에서 수많은 회사경영 사안들에 탄력적으로 원칙을 적용할 것인가라는 부분은, 또 다른 스킬일 뿐이죠. Principles이 내포한 근원적 한계도 있겠지만, 존중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가을입니다.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독서에 찐하게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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