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03
살바도르 달리 (1904 ~ 1989)
달리의 감정 리트머스 지는 순도 100%. 오직 그림과 갈라 밖에 몰랐고, 순수했던 초현실주의 천재 화가였다. 프로이트를 좋아했다. 꿈에서나 볼 법한 초현실적인 그림, 뮤즈에 대한 환상에 빠져 평생을 살다가 생을 마쳤다.
“세상은 나를 우러러볼 것이다. 어쩌면 나는 경멸당하고 오해받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위대한 천재가 될 것이고 그것만은 확실하다.” 달리는 스페인에서 태어난 20세기 초현실주의 미술가였다. 난해한 작품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으로, 괴짜 예술가 취급을 받았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입 양쪽 위로 기묘하게 두 가닥 올라가는 콧수염과 코믹한 표정이다.
나무 위에 늘어진 시계, 탁자 위에 늘어진 시계, 그리고 개미떼가 몰려 있는 시계, 그의 대표작 ‘기억의 지속’이다. 이 그림의 전체 이미지는 그의 고향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개미로 뒤덮인 시계는 죽음을 상징한다. 녹아내리는 시계는 달리의 무의식, 영원한 삶에 대한 염원을 뜻한다.
그는 피카소의 큐비즘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탐독하며, 꿈과 정신의 세계를 초현실주의적으로 묘사했다. 그로테스크한 취향이 대중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넘치는 상상력과 놀라운 재능을,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보여주었다. 그가 21세기에 살았더라면, SNS의 유명 인플루언서가 되었을 것이다.
달리는 10살 연상의 유부녀인 갈라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이혼 후 40세에 달리와 결혼했고, 그의 매니저 역할을 했다. 평생을 사랑했던 갈라의 불륜으로 괴로워했던 그는 말년에 치매에 걸려, 자식도 없이 세상을 등졌다. 나는 달리의 작품들을 2022년 DDP 전시관에서 직접 관람했다.
그런데, 작품의 사이즈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작아 의외였다. 좀 더 컸더라면, 그림을 감상할 때 압도감을 전해주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당시 나는 창의성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었는데, 전시회를 보고 나서 ‘달리 = 창의성’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말년에 스페인 국왕으로부터 후작 작위까지 받았다. 그는 사물을 집중해 바라보면서,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는 미치광이인가? 아니면 진정한 예술가인가? 달리 만이 그 질문에 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