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예술가 04
로버트 카파 (1913 ~ 1954)
종군기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 나선다. 최근 전투는 참호는 사라지고, 드론과 로켓 공격이 주력이다. 이제 종군기자의 앵글은, 어디에서 누구를 지향해야 하나? 정답은 없다. 그들은 전장에 있을 뿐이다.
로버트 카파는 종군 사진작가이다. 지금은 폐간된 라이프 잡지에서,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봤다. 옛날 우리 집에는 두꺼운 사진책 라이프지가 몇 권 있었다. 양쪽 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큰 사진도 있었다. 한 병사가 총알을 맞고 넘어지는 순간을 포착했던 그 사진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전쟁 사진들은 일반적으로 포격을 하거나, 죽은 군인들의 사진인데 이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카파가 이 사진을 스페인 내전 때 찍었다. 제목은 ‘The falling soldier.’ 이 사진은 역대 흑백 10대 사진 중 하나로 손꼽히며, 파커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이런 느낌을 찍으려면 최소 병사 앞 5m에서 찍어야 하는데, 총알이 몰아치는 그곳에서 이 작품을 찍었다. 그가 이 사진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이 이 사진에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당신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피카소의 ‘게르니카’,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와 함께 스페인 내전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참고로 이 작품이 위작 논란에 휩싸였는데, 아직 그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화면도 떨리고, 초점도 맞춰지지 않은 사진이 한 장 있다. 제목은 ‘공격 개시일, 오마하 해변에 상륙하는 미군부대.’ 죽음이라는 극심한 긴장감과 공포감을 생생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 사진을 실었던 라이프지는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라고 표현했다. 훗날 스필버그 감독은 이 사진에서 영감을 받고,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만들었다.
카파는 다섯 번째로 종군한 베트남 전쟁에서, 지뢰를 밟고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다. 스페인 내전 때 그의 연인 종군기자도, 전차에 깔려 먼저 죽었다. 카파도 종군기자로 수많은 작품들을 남기고, 전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카파의 작품을 보면, 촬영 당시의 사진 속으로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입된다.
정지된 사진에서 슬픔, 아픔, 연민 등의 여러 가지 표정들을 읽을 수 있어 마치 동영상처럼 보인다. 그의 사진 속에는 전쟁과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오늘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전쟁이 진행 중이다. 지금도 전 세계의 종군기자들은 카파의 후예로서, 사진을 찍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