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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포국수 Jul 11. 2024

#6 (관점) - 원심력과 구심력

힘의 균형

원심력과 구심력 - 힘의 균형


나는 원심력과 구심력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원운동을 하는 물체는 원 궤적 바깥으로 나가고자 하는 원심력안쪽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구심력이 동시에 작용한다그 힘의 균형으로 인해안정적인 모양의 원운동을 하게 된다둘 중 한쪽의 힘이 강해지는 순간원운동은 없어진다.


나는 10년간 삼성그룹 조직에 근무하면서 이 의미를 많이 생각했는데, 결국 두 개의 공존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중국도 역사적으로 그랬지만, 나라의 체제와 권력의 중앙집권과 분권은 늘 딜레마였다. 왕과 제후의 이슈인데, 그 힘의 균형이 무너질 때 전란이 일어났다.


나는 그룹의 운영체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삼성, LG 등 그룹의 정체성이 엄연히 존재하고, 각사들이 존재하는 그룹체제로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은 운영된다. 회사가 독립경영을 지나치게 강조해 그룹 정체성을 훼손해도 안 되고, 그룹도 회사의 경영활동을 옥죄어서도 안 된다. 두 힘의 균형이 그룹 운영의 묘다.


물론, 어떤 시점에서는 중앙 집권적인 역할이 더 중요할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IMF와 같은 특정 회사만의 이슈가 아니라, 그룹 전체의 안위의 문제가 될 때다. 그룹의 공통적인 대응과 실천이 필요하기 때는 구심력이 우선돼야 한다.


미래 우리나라 기업집단들의 어떤 운영방식이 가장 이상적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룹이라는 유기체가 원심력과 구심력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잘 유지하고,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원심력과 구심력 이슈는 비단 그룹과 회사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도 이런 측면이 있다. 어떤 조직 단위이든지,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


나는 수요회(매주 삼성사장단의 외부강연 및 정보공유 회의체)가, 그룹 구심력의 한 형태라고 생각했다. 이 수요회가 열렸던 삼성 본관빌딩, 서초동 전자빌딩 회의실의 테이블은 원형의 좌석 배치였다. 이제는 수요회도 없어졌다.


원형의 좌석배치에서 자신의 담당회사와 삼성이라는 그룹을 동시에 생각하며, 회의에 참석하셨던 선배 CEO들을 가끔 생각해 본다. 그분들은 원심력과 구심력에 대해서 현역시절에 어떻게 생각하셨고, 퇴임 후에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원심력과 구심력은 리더라면, 평생의 화두로 가져가야 할 어젠다인 것 같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았던 멤버는 아니었다. 그 회의를 진행했던 담당간부, 구심력의 축에서 활동했던 임원 입장에서 나에게 물어본다. 원심력과 구심력을 생각할 때, ‘過猶不及(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늘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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