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질문자 : 고등학생
질문 : 대학은 왜 가야 하나요?
지난주 일요일. 워크숍 참여를 위해 서울에 다녀왔다.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신청한 워크숍이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지도를 따라 건물 지하로 내려가니 사람들이 각자 자리에 어색하게 앉아있었다. 나는 가장 뒷자리 왼쪽에 앉아 주변을 훑어보며 시작을 기다렸다. 잠시 후 심리적 거리만큼 떨어져 앉은 우리를 구석구석 끼워 앉히고 두 줄씩 묶어 조를 만들었다. 앞 줄에 앉은 조원들이 뒤를 돌아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첫 시간.
A4용지에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그림으로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다 그린 후 서로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어떤 가치를 표현했는지 맞춰가면서 조금씩 그들과 가까워졌다. 서로 그림을 설명하기도 하고 왜 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등에 대해 묻고 들으며 나와 다른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이후 게임이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더 살아놨고 2시에 시작한 워크숍은 어느새 5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때 주어진 과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큰 사건을 중심으로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사건에 점수를 매기고 당시 감정에 대해서 간단히 메모한 다음 서로 보여주며 설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내가 중요한 사건이라고 기억하는 일들에 점수를 매길 때 기준은 무슨 가치였는지, 자신이 처음 중요하다고 했던 가치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처음과 같은 사람도 있고 달라진 사람도 있었다. 내면의 안정을 중요하다고 했던 a 씨는 실제로는 성장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었던 것처럼 우리는 그래프를 그리며 진짜 내 감정을 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이 <나의 가치를 기준으로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기>였다.
시간 관계상 나는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 채 워크숍이 종료되었고 서둘러 짐을 챙겨 다시 터미널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리고 집에 와서도 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자유"였는데 과연 자유와 대학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선뜻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크숍 당시 나왔던 조원들의 의견도 둘로 나뉘었었다.
A. 대학은 무조건 가야 한다. 하고 싶은 게 없어도 일단 대학 가서 공부하면서 찾으면 된다.
B. 이건 정말 배우고 싶다! 하는 전공이 없다면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하고 싶은 게 생길 때 가는 걸 추천한다.
저의 대답은 아직도 모르겠다지만 굳이 선택하라면 A라고 하겠습니다.
(궁금하지 않겠지만 이유를 설명하자면)
저는 대학에 갈 당시 선택권이 없었어요. 울며 겨자 먹기로 부모님의 뜻을 따랐고 결국 중간에 그만두었죠. 그리고 살아온 20년은 즐겁기도 했지만 많은 방황이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장에 대한 아쉬움과 배움에 대한 미련으로 후회 가득한 삶을 살았지요. 대학에 가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친구들도 사귀고, 전문성도 키웠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그런 미련이요. 사실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어린 나이에 전문가가 되어 승승장구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저처럼 특출 난 재능이 없거나 학업 외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지 않다면 대학을 가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야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요.
반대로 하고 싶은 걸 찾을 때까지 경험을 쌓겠다고 한다면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는 게 자유인데 제가 감히 왈가왈부할 수 있을까 자문했습니다.
제 경험에 빗대면,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했지만 일관되지 않은 경험은 저를 전문가로 만들어주진 못했습니다. 저는 방향을 설정하지 않은 채 경험이라는 핑계로 그냥 이것저것 한 것일 뿐이니까요. 그렇다고 제 경험이 전부라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당장은 자유라고 여겼던 시간이 나중엔 제 발목을 잡았기 때문에 진짜 자유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 대학을 가서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고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 그 자체로 경험이 되니 우선 학교를 가고 나이가 들어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면 그때 편입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저는 그동안 후회만 하다 올해 사이버대학 1학년으로 입학했는데요. 하루하루가 너무 감사하고 즐겁습니다. 요즘처럼 제 심장이 살아있다고 느낀 적 있을까 싶습니다. 졸업하려면 4년 어쩌면 그보다 오래 걸릴지 모르지만, 서두르지 않고 평생 갈 친구라고 생각하니 이 또한 여유로워지더라고요.
결론.
"배움에 때가 있기도, 없기도 하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움을 포기하지는 않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여러분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있습니까?
어떤 가치인가요?
그리고 저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해보시면서 정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게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Bjorn Pierre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3127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