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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단 May 01. 2020

‘몸의 언어’로 말하는 사랑

‘사랑’과 ‘사랑이라 부르는 것’을 말하다.


‘몸의 언어’로 말하는 사랑


‘사랑’과 ‘사랑이라 부르는 것’을 말하다.




Review 민현













담담하게 말하는 사랑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하기 시작한 3년 전부터 나른 작가님의 작품을 지켜봤다. 내 글을 타고 아트인사이트로 들어오는 지인과 ‘몸의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던 기억이 난다. 섹슈얼한 그림이 눈길을 끌지만 오히려 사랑에 대해 담담하게 써놓은 그 말들이 더 와 닿았다는 평이 인상 깊었다.


사랑이 주는 롤러코스터 같은 기복, 그 뜨겁고 차가운 온도를 모두 느껴본 사람만이 사랑에 대해 담담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일까, 작가님의 글과 그림에서는 항상 짙은 향기가 느껴졌다. 그 조곤조곤한 말과 아름다운 그림을 이번에는 인쇄된 책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사랑"


사랑만큼 모두가 좋아할만 한 소재가 있을까. 그 사랑스러운 소재에 우리는 여러가지 미사여구를 붙인다. 소유, 집착, 첫, 마지막, 꽃보다 아름다운, 등등 미사여구가 길어질수록 사랑은 더 어렵고 복잡한 것만 같다. 책에도 쓰여있듯 사랑과 이별은 정말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을 만큼 어렵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우리는 관계를 맺고 사랑하고 또 이별하며 얻는 그 감정들의 집합을 사랑이라 부른다. 무수한 실패와 경험에서 우리는 사랑의 본질에 점점 다가간다. ‘몸의 언어’는 사랑의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을 가장 솔직한 언어로 표현한다. 우리가 남들에게 쉽게 보여줄 수는 없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주저없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말로는 나오지 못할 행동들은 몸을 통해서 나온다. 그 언어는 대부분은 사랑이지만 사랑이 아닌 다른 것들이 그 언어로 표현될 때도 많다. 가장 솔직한 ‘몸의 언어’를 통해 사랑과 사랑이란 이름표를 붙인 것들에 대해 사색하고 느껴볼 수 있었다.

 

이 책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만 담겨 있지 않습니다.
만남, 사랑, 이별, 새로운 이별...

- 프롤로그 中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내가(혹은 네가) 하는 것이
너를 사랑하는 것인지,
나를 사랑하는 것인지,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인지.

- 사랑인 것, 사랑이 아닌 것 中


가끔 우리는 사랑에 대한 큰 착각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원한다. 그 지독한 중독에서 벗어나고 난 다음에야 깨닫는다. 나는 사랑 그 자체를 사랑했구나, 하고. 그리고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잃기 싫어서 계속해서 그 사람을 내 안에 구겨 넣으려 한다. 마치 그 행동이 사랑이라고 착각하면서.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사랑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있음을 몇 번의 이별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다.


이 책은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어떻게 사랑으로 착각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세심하게 묘사한다. 일러스트의 캐릭터가 마치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들의 표정은 정말 사랑을 하는 사람 혹은 이별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일러스트 옆에 있는 글을 읽고 그림을 보니 마치 그 사람이 된 것처럼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네가 나 때문에 화가 나면,
네가 나 때문에 울면,
나는 기분이 좋아져.
내가 네게 중요한 존재가 되는 것 같거든.

- 사랑을 확인하는 조금 이상한 방법 中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내 자신이 깨닫게 되는 건 설레거나 기분이 좋아지거나 하는 그런 감정때문만은 아니다. 연락이 되지 않는다거나, 밤 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거나 하는 그런 이유들로 화가 나거나 슬퍼지면 그때 사랑을 느낀다. 그 가슴 시린 기억때문에 선뜻 사랑에 다가서기 무서워지다가도 우리는 또 어쩔 도리 없이 사랑에 빠진다.


왜 사랑이 어려운 걸까? 몇 번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해도 명확한 답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해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랑을 하면 할수록 확인받고 싶고 어쩐지 그 일은 상대방에게든, 나에게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소장하고 싶은 책, ‘몸의 언어’




종이가 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더 복잡해질수록 오히려 종이에 찍힌 활자와 캔버스에 칠한 물감이 그립다. 그래서인지 온라인으로만 볼 수 있었던 ‘몸의 언어’를 너무도 소장하고 싶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만 봤던 작품들을 소장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가끔 지난 사랑이 기억나는 것처럼 이 책도 언젠가 다시 펼쳐질 것이다. 다시 펼쳐질 그때 나는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금과 같을까, 아니면 그대로일까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펼쳐질 '몸의 언어'를 기대해본다.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7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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